제2의 김연아 꿈꾸는 北 ‘휘거선수’는 누구?

2008년 백두산상 국제휘겨축전에 참가한 선수들이 모범출연(개막공연)을 하는 모습이다.<사진=우리민족끼리>

한국에 와보니 세계 속에 ‘대한민국’을 빛내고 있는 운동선수들이 무척이나 많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이 아니고도 다양한 국제경기가 매일 같이 열린다. 때문에 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수준의 선수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요즘은 피겨 요정 김연아 선수가 그렇다.

사람들은 김연아에 대한 들뜬 이야기를 마치고 나면 어김없이 필자에게 “북한에도 피겨 스케이팅이 있어요?”라고 물어 온다. 물론 있다. 유도선수 계순희나 육상선수 정성옥 만큼의 유명세를 타는 선수는 없지만, 북한에도 피겨 스케이팅 선수도 있고, 전문 선수단도 존재한다.

북한에서는 ‘민족 최대의 명절’로 꼽는 김정일 생일(2·16)을 기념해 1992년 2월부터 ‘백두산상(賞) 국제휘거축전’을 개최해왔다. ‘휘거’란 피겨 스케이팅(figure skating)의 러시아 발음을 딴 것이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북한은 당초 주관하던 국제경기들을 대부분 중단했으나, 김정일 생일 축하용 대회인 ‘백두산상 국제휘거축전’ 만큼은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진행돼 왔다. 올해로 18회를 맞이한다.

‘백두산상 국제휘거축전’은 세계빙상연맹(ISU)의 규정을 준수해 남자 싱글, 여자 싱글, 남녀페어, 아이스댄싱 등 4개 종목으로 진행된다. 주최국 북한을 비롯해 러시아, 헝가리, 밸로루시, 우크라이나 등 구 동구 공산국가들과 일부 유럽 국가의 선수들이 참가한다.

축전은 평양 보통강 구역에 자리한 ‘평양빙상관’에서 열리는데, 이곳은 1982년 4월 개장한 북한 최대 규모의 아이스링크로 총 6000명의 관객을 수용 할 수 있으며, 공휴일에는 평양시민들에게도 개방한다.

북한의 피겨 선수들은 국가종합선수단, 평양시체육선수단, 월미도체육선수단 등에 소속된다. 선수들은 거의 모두 평양 출신이다. 북한에는 일단 빙상관이 흔치 않고, 피겨 스케이팅은 전문적이고 특수한 훈련을 요하기 때문에 평양빙상관이나 평양기관차체육단 빙상훈련관 등을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는 청소년 과외체육학교 어린이들을 선발한다.

선수 지도원 중에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 출신도 있지만, 무용을 했던 사람도 있다. 김연아 선수가 ‘표현력’을 높이기 위해 발레를 배웠던 것처럼 북한 피겨 선수들도 무용을 배운다.

북한의 전반적인 교육실태가 그렇듯 피겨 선수도 먹고 살만한 집에서 배출된다. 운동을 하려면 우선 ‘먹는 문제’가 보장돼야 하며, 훈련에 필요한 용품뿐만 아니라 훈련 지도원들 생계 보조나 술, 담배 보장도 모두 선수 부모들이 책임이다. 특히 전문 선수단에 들어가기 전까지 과외체육학교 시절에는 모든 훈련비용을 부모가 대기 때문에 서민 가정 아이들은 꿈도 꾸기 어렵다.

선수들은 자신이 속한 단위(선수단 또는 대학)에서 조직생활을 진행해야 한다. 훈련에서나 생활에서 결함이 지적되거나 경기 성적이 나쁠 경우 예외 없이 사상투쟁이나 자체비판을 강요당한다.

북한의 피겨 선수 중에는 한국의 김연아 선수처럼 국제적으로 이름을 떨친 선수가 아직 없다. 지난 7일 국제빙상연맹(ISU)이 발표한 개인별 종합 랭킹을 보면, 이름을 올리고 있는 선수는 페어 부문의 태원혁-리지향(83위) 뿐이다. 이들의 순위가 낮은 이유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최근 3년 동안 국제빙상연맹이 주관하는 국제대회에 단 한차례 밖에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밖에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이보라 선수와 공동 기수로 입장식에 나섰던 한정인 선수가 남자 피겨선수로 북한에서서 유명했으며, 여자 피겨 부분에서는 지난해 국제 랭킹 96위에 이름을 올렸던 김영숙 선수가 있다.

북한 피겨 선수들이 사용하는 배경음악은 모두 북한식 혁명가요들이다. 따라서 국제대회에 나가도 북한 선수들의 음악을 이해하는 관객들은 없다. 특히 김정일 생일을 기념해서 열리는 ‘백두산상(賞) 국제휘거축전’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모두 김정일에 대한 흠모와 충성을 다짐하는 음악을 골라야 한다. ‘2월은 봄 입니다’와 같은 노래에서 가사를 빼고 곡만 이용하는 형태다.

북한에서도 김연아와 같은 대 스타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은 아무래도 다음 세대의 ‘희망사항’으로 미뤄야 할 것 같다. 10살만 넘기면 부모들의 생존 투쟁에 동참해 숨찬 나날을 보내야 하는 북한 아이들에게 ‘스포츠를 통해 우리민족의 저력을 보여달라’고 주문하는 것 같아 마음 한쪽이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지금 평양에서도 유치원생부터 중고등학생까지도 우렁찬 구호와 함께 공연을 준비하는 수 많은 학생들이 있다. 바로 대집단체조 ‘아리랑’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김연아 선수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땀 흘리면 연습하지만 평양의 아이들은 체제 홍보와 외화벌이를 위한 공연에 동원돼 몇 달을 훈련해야 한다.

북한의 어린이들도 김연아 선수처럼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정치 경제적 구속 없이 세계를 향해 마음껏 도전하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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