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연평해전이 말하는 대한민국 평화의 길

이명박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제2 연평해전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은 조국에 생명을 바친 이들의 희생정신을 기림으로써 국민의 안보의지를 다지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 동안 잊혀 있던 제2 연평해전에서 목숨을 걸고 서해북방한계선(NLL)을 사수한 6명의 용사들과 그 유가족들에게 약간의 위로가 될 것 같다.
 
2002년 한일 월드컵 3-4위 결정전이 열리던 6월 29일 오전 10시경 NLL을 침범하여 남하하는 2척의 북한 경비정을 저지하던 우리 해군 참수리357정은 북한 고속정의 기습 조준사격을 받아 윤영하 소령을 포함하여 6명이 전사하였고, 선체는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남북교류협력 확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던 김대중 정부가 ‘북한이 NLL을 침범하더라도 선제공격하지 말고, 교전이 벌어지더라도 확전은 안된다’고 지시한 상황이라 우리 해군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던 결과이다.


이후 전사자들이 적절한 예우를 받지 못했던 것은 물론이며, 임동원 당시 대통령외교안보특보는 우리 해군이 작전통제선을 벗어난 것이 원인이라고 함으로써 우리 해군에 책임을 떠넘기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의 국가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대북 정보를 책임지고 있던 한철용 소장(예)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북한의 계획된 도발과 관련된 첩보를 상부에 보고하였으나 묵살되었다고 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당시 외교안보라인의 일부 고위층은 명백한 이적행위를 한 것이므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사건이 발생한 며칠뒤 제2 연평해전은 북한의 주장과 같이 ‘우발적 충돌’로 처리됐다.


7월1일 치러진 합동영결식에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방장관은 물론이며 대부분의 군 지휘부도 참여하지 않았고, NLL을 사수한 6용사에 대한 추모식이 해군 주관으로 열렸던 것도 그들의 명예를 욕되게 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군에서 죽으면 개죽음만도 못하다는 우스개 말이 실감나게 하는 대목이다.


북한은 왜 월드컵 경기로 세계인들이 서울을 주목하고 있고 북한에 매우 우호적인 김대중 정부가 대북지원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해 도발을 감행했을까?


첫째는 서해 NLL은 미국이 불법적으로 경계를 획정한 분쟁지역이라는 점을 세계에 알리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고, 둘째는 북한과의 교류협력에 혈안이 되어 있는 김대중 정부의 본심을 떠보는 동시에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확실한 약점을 잡기 위한 것이라 생각된다.


만약 우리 해군 장병들이 북한 경비정의 남하를 보고만 있었더라면 NLL은 세계인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분쟁지역으로 공식화되었을 것이나, 목숨을 바친 우리 해군 장병들의 강력한 대응에 막혀 북한의 첫 번째 목적은 달성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 정보당국의 첩보보고를 묵살하고 우발적 충돌로 규정한 정부는 그 후 북한에 이용당하면서 우리의 안보를 북한에 맡겨놓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초래했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는 눈을 감는 대신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 개발에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대한민국의 운명이 백척간두(百尺竿頭)에 놓여 있었던 시절이다.


기원전 4세기 로마의 전략가 베게티우스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고 했고,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사마양저(司馬穰苴)는 ‘전쟁을 잊으면 위험이 따른다’(忘戰必危)고 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힘이 없으면 평화를 지킬 수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반면,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뮨헨에서 히틀러와 평화협정을 맺고 ‘우리시대의 평화가 왔다’고 선언했던 챔벌린(Chaimberlin) 영국수상은 히틀러에게 프랑스 침공의 빌미를 줌으로써 만인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유화(宥和)정책이 전쟁을 막지 못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면서 평화를 외치는 세력이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율곡 이이(李珥)선생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10년전 ‘조선 건국 이후 200년간 많은 것이 바뀌었으므로 잘못된 것들을 시대에 맞게 고쳐나가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율곡선생의 고언을 듣지 않은 조선은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쇠퇴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대한민국이 1948년 건국이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온 결과 이제 물질적 풍요에 안주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정신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다.


인도의 성자인 ‘마하트마 간디’는 사회가 쇠퇴하게 되는 원인을 원칙을 저버리는 정치(politics without principle), 노동 없는 부(wealth without work), 양심 없는 쾌락(pleasure without conscience), 인격 없는 지식(knowledge without character), 도덕성을 잃은 상업(commerce without morality), 인간성 없는 과학(science without humanity), 그리고 희생을 꺼리는 신앙(worship without sacrifice)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손자 ‘아룬 간디’는 책임 안지려는 권력(rights without responsibility)을 추가했다.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게 해당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감정은 아닐 것이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내부적 단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력한 국방태세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굳건한 안보의식이 절실하다. ‘북한의 도발에 우리가 맞대응하는 것은 전쟁하자는 것이니 돈을 주고 달래야 한다’는 주장이야 말로 평화를 파괴하려는 꼼수다. 국가안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제도 없고 평화도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호국의 달을 맞아 국민 모두가 건국의 초심으로 돌아가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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