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남북장관급회담 의제와 전망

올해 마지막 남북장관급회담인 제17차 회담이 13∼16일 제주도 서귀포에서 열린다.

이번 장관급회담은 6월과 9월의 15∼16차에 이어 올해 세 번째 회담이며 2000년 9월 3차에 이어 두 번째로 제주도에서 열리는 장관급회담이다.

15차 회담이 13개월의 공백기 끝에 남북 당국간 관계를 본궤도에 올려놓았고 16차 회담이 평화정착을 화두로 꺼내고 실용주의적 접근법을 내놓았다면 이번 회담은 올 한해 남북관계를 총정리하고 내년도 방향을 설정하는 성격을 갖는다.

우리측은 특히 합의사항 가운데 이행되지 않은 철도 시험운행이나 군사회담 개최 문제 등을 점검해 돌파구를 모색하는데 적지 않은 비중을 둘 것으로 보인다.

시기적으로는 15차는 6자회담이 표류하는 상황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6.17면담’ 직후 열려 후속조치를 논의하고 6자회담 재개를 강조한 자리였고, 16차는 4차 2단계 6자회담과 동시에 열리면서 이를 측면 지원했다.

이번에는 9.19 공동성명의 이행방안을 협의한 제5차 1단계 6자회담이후 북미 간에 대북 금융제재 문제의 협의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열리면서 향후 한반도 정세를 내다보는 풍향계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우리측이 주안점을 둘 회담 의제는 이미 공개돼 있다.
정 장관이 6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 행사 때 배포한 발표문이나 9일 개성공단 방문 등의 자리를 통해 의제들을 대강 언급한 것이다.

그 내용을 추려 보면 북핵문제와 남북 군사당국자회담, 이산가족,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경협 방안 등이 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핵문제와 관련해 정 장관은 6일 “9.19 공동성명의 성실한 이행을 북측에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8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양자 현안과 6자간 문제를 분리하는 게 당연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비춰 우리측은 금융제재 문제를 6자회담과 연계하면 북측에도 실익이 없다는 점을 부각하고 공동성명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9.19공동성명이 6자가 풀 현안과 양자가 해결할 문제를 분명하게 나눠놓고 있음을 감안한 접근법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우리측이 무게를 두는 의제는 군사당국자회담의 재개 문제다.

남북은 15차 회담때 “제3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을 백두산에서 개최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날짜는 쌍방 군사 당국이 직접 정하기로 했다”고 합의한 데 이어 16차 때 “군사당국자회담이 개최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2000년 1차 남북국방장관회담과 2004년 1∼2차 장성급군사회담의 뒤를 잇는 고위급 군사회담이 아직 열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측에게 군사당국자회담의 개최가 시급한 이유는 한반도 평화보장을 위한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조치를 통해 남북관계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데 필수적이며 경협사업의 신속한 진전을 위해서도 절실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28일 남북경제협력위원회(경협위) 제11차회의에서 합의문 도출에 실패한 것도 군사적 보장조치 문제가 주된 배경이 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철도 시험운행과 수산협력, 임진강수해방지, 개성공단 등 4개 의제가 군사적 보장조치와 맞물리면서 합의사항이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11차 경협위 당시 북측 대표단이 북측도 이런 부분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내부적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으로 알려져 이번 회담에서 북측이 어떤 답변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우리측은 이와 함께 차기 이산가족 상봉 일정과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적십자회담의 개최 시기를 잡는 문제도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개성공단 2단계 사업을 조기에 추진하는 문제나 화상상봉을 정례화하는 방안도 제기할 전망이다.

북측에서는 경협위에서 합의하지 못한 경공업 원자재 제공규모 문제를 꺼낼 가능성이 높지만 예상 밖의 문제제기를 통해 회담이 경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