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효과론’ 대두…북-미 대치 가열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싼 북.미간 대치흐름 속에서 ‘제재효과론’이 대두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틀 속에서 북한이 상당한 ‘고통’을 느끼고 있어 결국 6자회담 복귀와 비핵화의 길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진원지는 워싱턴과 서울이다. 대화를 하더라도 제재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투트랙 어프로치’를 뒷받침하는 상황인식을 들고 나온 셈이다.


이는 지난 22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마이크 해머 대변인의 발언에서 뚜렷이 확인된다. 해머 대변인은 “제재의 결과로 북한이 제정신을 차린 것 같다”며 “북한이 고립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6자회담에 복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다.


이 같은 워싱턴의 기류는 최근 미국 언론의 보도를 통해 증폭되는 양상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시몬 웨제만 선임연구원은 23일 미국의 소리(VOA)방송에서 “제재조치가 효과를 내고 있어 북한 무기 수출입이 90% 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 또 자유아시아방송은 23일 “유엔 대북제재 1874호가 대북투자를 직접 규제하지는 않지만 북한에 진출했거나 투자를 고려하던 유럽기업에 불안감을 주기는 충분했다”며 유럽기업들의 대북투자 축소 움직임을 전했다.


우리 정부의 고위당국자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위당국자는 지난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무기수출로 한해 벌어 들이는 돈이 약 2∼3억 달러에서 많게는 10억 달러가 된다”며 “밀거래가 계속 차단당하고 있어 북한으로서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제재효과가 어느정도인지 가늠하기 힘들지만 제재로 북한이 불편한 것은 당연한 것 같다”며 “북한이 상황을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이 개성공단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실무회담 개최에 합의하고 남북간 통행, 통관, 통신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군사실무회담을 제의한 것도 이 같은 제재국면을 모면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정부 소식통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금강산 관광재개를 위한 회담을 제의한 것은 ‘달러박스’를 노린 북한의 실리적 대남 유화공세라는 시각이다.


북핵정책을 총괄하는 위성락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의 20~24일 방미 활동은 ‘제재공조 유지’에 상당한 무게중심이 쏠려있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한 고위관리는 “(한.미가) 대북제재 1874호의 지속적 이행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제재효과론은 결국 북한의 대북제재 해제요구에 대한 맞불의 의미를 갖는다는게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현실적으로 제재의 ‘약발’이 먹혀들고 있는 만큼 가시적 성과가 나올 때까지 국제적 제재공조의 틀을 끌고가야 한다는 논리를 조성하려는 의도라는 풀이가 나온다.


특히 협상전략상 ‘채찍’을 계속 들고 있는 것이 레버리지 효과를 키울 수 있다는 판단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문제는 제재를 둘러싼 대치국면 속에서 6자회담 재개가 여의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 점이다.


북한이 ‘제재의 모자’를 쓰고는 6자회담에 나가지 않겠다는 공언하고 미국은 제재를 계속 유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출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게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현재의 상태로만 본다면 접점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가가 주목하는 대목은 북.미 양국이 연초부터 뉴욕채널을 물밑 가동하고 있는 점이다. 평화협정 의제화와 제재 해제문제를 놓고 양측이 수시로 접촉하고 있어 의외의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다는게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양측이 6자회담에서 제재해제 문제를 논의한다는 선에서 접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2005년 11월 BDA(방코델타아시아) 금융제재 사태가 불거진 이후 북.미 양국은 1년 넘게 제재해제 여부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치했으나 2006년 11월 중국의 중재로 6자회담에 복귀한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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