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ㆍ대화 병행 재확인…”무력사용 배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1일 북한 핵실험 사태 이후 해법으로 ‘대화와 제재 병행론’을 재확인하면서, 대북 제재압력의 수단으로서 ‘무력수단’ 사용의 배제를 강조한 점은 향후 정부 대응방침의 개괄적인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이날 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 초청 간담회에서 “제재 압력이라는 강경한 대응과 평화적 해결, 대화에 의한 해결”이라는 두 가지 대응 수단을 제시하면서 “어느 하나만 선택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며, 두 개가 다 유효하다”고 배합론을 피력했다.

이 같은 노 대통령의 언급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북한의 핵실험 사태에 대한 방법론적 해법을 재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으로 새로운 입장은 아니다.

노 대통령은 당시 “한국이 소위 제재와 압력이라는 국제사회의 강경수단 주장에 대해 대화만을 계속하자라고 강조할 수 있는 입지가 상당히 없어진 것 아닌가”라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대한 동참을 시사하면서도 “평화적 해결, 대화에 의한 해결을 결코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화를 통한 상황타개 의지도 분명히 했었다.

다만 이날 노 대통령이 “온건하고 안정된 대화의 방법을 추구할 때는 추구하고, 강경하게 조치해 나가야할 때는 조치해 나가야 한다”라고 대북 제재에 대한 보다 명확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북한을 더욱 옥죄는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 당국자들도 유엔안보리의 합의에 따른 대북 제재 결의안이 채택될 경우 정부도 동참할 방침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대화ㆍ제재 병행론’ 재천명은 유엔 안보리가 유엔헌장 7장을 원용하되 군사조치를 거론한 42조를 대북제재안에 포함시키느냐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 대통령이 “(제재와 대화) 어느 하나를 포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적절히 배합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궁극적으로 무력 사용없이 불행한 사태 없이 해결돼야 한다”며 무력수단의 배제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군사조치를 거론한 유엔헌장 7장 42조가 포함된 대북제재안 채택에 대한 반대 의견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명숙(韓明淑) 총리도 이날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의에서 “금융제재까지는 참여하지만 군사제재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게 저희의 입장”이라며 “유엔헌장 7장 41조에 준하는 제재(경제ㆍ외교 관련 제재)에는 참여하지만 7장 42조(군사제재)는 찬성할 수 없다”고 말해 노 대통령과 보조를 맞췄다.

즉 노 대통령이 말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한 동참은 군사조치를 제외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총리도 “만일 금융제재가 (유엔 결의안에) 포함된다면 유엔 회원국으로서 결의안 내용을 지킬 수 밖에 없다”며 보다 구체화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밝힌 “국제사회의 평화의 파트너들과 협의하되, 특히 한국과의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언급을 상기한다면 노 대통령의 `군사조치 배제’ 발언은 유엔 안보리의 유엔헌장 7장 42조 포함 여부 논의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 같은 노 대통령의 입장은 “상황은 한국의 역할이 축소되는 쪽으로, 각국의 자율성이 많이 축소되는 쪽으로 사태가 지금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9일 기자회견)며 북한의 핵실험을 기점으로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정부의 입장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한국 국민과 정부가 가지고 있는 자율적 영역이 넓다고 봐야 한다”(11일 남북경협관계자 오찬)며 한국정부의 목소리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논의과정에 충분히 반영시켜야 한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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