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지냈다는 말에 “예끼, 이 놈아”

“아버님,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동안 제사를 모셨습니다.” “예끼, 이 후레자식 아.”

9일 서울 남산동 대한적십자사 화상상봉실에서 북측의 아버지 송귀현(85)씨와 55년만에 만난 외동아들 영완(60)씨는 아버지의 타박 아닌 타박에 마냥 즐거운 듯 싱글벙글 웃기만 했다. 돌아가신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가 팔순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 계신다는 게 무척 행복했기 때문이다.

아들 영완씨는 “나도 네 사진을 받고 서는 품에 안고 잠을 잤다”는 아버지의 말에 유복자 아닌 유복자로 살았던 지난날의 설움이 한꺼번에 눈 녹는 것처럼 사라지는 듯했다.

이들 가족의 상봉에서는 시종 웃음꽃이 만발했다. 아버지를 쏙 빼닮은 손녀 윤희(36)씨의 모습도 남과 북의 가족들 사이에서 화젯거리로 등장했다.

서로 안부를 주고 받고 지난 반세기 동안 켜켜이 쌓인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기에는 예정된 2시간의 상봉 시간은 너무나 짧기만 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아버지 귀현씨의 생일이었다. 변변한 생일상은 차리지 못했지만 아들 영완씨와 동생 두현(78)씨, 손녀 윤희씨는 즉석에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또 북측의 배다른 여동생 희옥(48)씨와 사위 위영철(47)씨도 ‘반갑습니다’를 불러 화답했다.

귀현씨는 남과 북으로 나뉜 남매,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한 남측의 손녀가 불러주는 생일 노래에 마냥 행복한 표정이었다. 영완씨도 이제 더 이상 눈물로 아버지의 제사를 지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상봉 내내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야속하게도 2시간의 상봉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아버지 귀현씨는 마지막까지 유쾌한 표정으로 “통일되는 날 만나자”고 기약했다. 영완씨는 “이제는 직접 아버님을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또 다른 기대에 부풀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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