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 군관 ‘평양시 거주’ 기준 높였다…배급 난항에 인원감축?

복무 기준 30년서 35년으로 상향 조정...소식통 "충족 인원 극소수, 실질적 추방 조치"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주재하에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가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고 노동신문이 지난 4월 12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당국이 평양시 제대 군관의 수도 거주권(평양시민증 취득) 충족대상 복무 연한 기준을 30년에서 35년으로 상향 조정, 연령제대를 앞둔 군관들 속에서 반발이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수도 평양의 인민생활 개선’을 강조한 이후 실제 추방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 나온 것으로, 체제 수호의 선봉장이라고 평가받는 군(軍)도 일종의 인원 감축 대상에 포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18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 4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된 ‘제대 군관 생활조건 보장법’을 하달했고, 인민무력성 간부부(장교 인사 총괄)와 사회안전성 8국(주민등록 담당)에서는 이달 1일부터 실제 집행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제대 군관과 그 가족이 지방으로 쫓겨나게 될 처지에 놓였다고 한다. 이전에는 만 30년만 평양시에서 복무하면 시민권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34년 11개월 복무했더라도 가족과 함께 고향이나 지방으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준을 충족하는 인원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추방 조치라고 소식통은 말했다. 즉, 만 25세부터 군 본부(인민무력성, 총정치국, 총참모부, 보위국)나 사령부급 부대들에서 군관 생활을 시작해 한 번도 지방발령이 없어야만 35년 근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 당국이 배급을 정상적으로 못 주겠다는 열악한 상황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다. 이와 관련 당국은 김일성 사망일(8일)이 포함된 7월 이전 3개월(4, 5, 6월)에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배급을 지급하지 못한 바 있다.

또한 실제로 시민증이 없이 거주하는 인원을 대상으로 추방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군관들은 ‘본인도 추방당했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30년 넘게 가족들과 평양에서 살아왔는데 하루아침에 쫓겨나게 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번 사태로 ‘이혼’이 대폭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평양 출신 아내가 지방 출신 군관 남편을 따라가지 않고 혼자 평양에 남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국의 조치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비극이 양산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에 따라 충성도 하락이라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소식통은 지적한다. “일생을 조국 보위에 바친 군관들과 그를 뒷바라지해온 가족들에게 허무감과 배신감을 주는 조치”라고 반발이 곳곳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한편 북한 지방 당국은 김 위원장이 직접 ‘제대 군관들에 대한 사회적인 대우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면서 앞으로 생활적 어려움을 챙기겠다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이 평양에서 쫓겨난 제대 군관들을 지방에서라도 신경 쓰면서 마음을 다독이라고 지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소식통은 “자력갱생이 강조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방도 당연히 제대 군관에게 ‘알아서 먹고 살아야 한다’는 점을 은근히 압박할 것”이라면서 “결국 당국에도 버림받고 시장화 바람에도 적응하지 못해 한지에 나앉게 되는 제대 군관들이 속출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