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응징 못하면, 北추가도발 못막는다

북한군의 연평도 공격 사건이 발생한 지 3일이 지났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우리 국민들은 과연 청와대와 군이 북한에 대해 어떤 응징을 준비하고 있는지, 이후 추가 도발에 대해 어떤 대비가 마련되고 있는지, 사망자와 연평도 피난민들에 정부 지원은 무엇인지 등 도대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그동안의 상황을 종합해볼 때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 대한 청와대와 군, 정부의 대응은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우리 군은 K-9자주포의 고장과 대포병탐지레이더의 작동불능으로 초기 대응사격에서 북한군을 제압하지 못하고 2차 포격까지 허용했다. 정부는 포격을 당한 연평도 민간 마을 주민들의 대피와 신변보호도 제대로 전개하지 못했다. 청와대의 첫 전언(傳言)은 “이명박 대통령이 ‘강경하게 대응하되 확전을 방지하라’고 지시했다”는 잘못된 내용이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을 경질하고 신속하게 신임 징관을 임명하겠다는 청와대의 말도 불과 반나절만에 뒤짚히면서, 신임 장관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없다는 후문까지 들려왔다. 청와대와 군의 초동대응이 교전수칙에 따라 적절하게 진행됐는지, 우리 군의 실수가 드러날까 두려워 국민들에게 사태의 진실을 오도하고 속인 것은 아닌지, 두고두고 논란이 될 요소들만 눈덩이처럼 쌓여가고 있을 뿐이다. 


반면, 정부가 내놓은 방안들은 모두 ‘사후약방문’ 식이다. 군의 교전수칙을 군에 대한 공격과 민간인에 대한 공격으로 세분화에 적극적인 대응 방향으로 개편하고, K-9자주포와 F-15K의 추가 배치 등을 통해 서해 5도에서 북한군에 대한 우리군의 열세를 보강한다는 계획 등이 줄줄이 발표되고 있다. 정부는 심지어 중국 단둥에 있는 대북지원물자까지 회수조치 했다.


정부의 이런 조치들은 순서상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금 정부가 내놓아야 할 대책은 이번 연평도 공격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묻는 응징이지, 장래에 시간을 두고 정비해가야 할 국방개혁 등아나 남북관계 유지 차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첫 조치가 미항모 조지워싱턴 호의 서해진입이라는 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국가안보는 의지와 능력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그 중에서도 ‘의지’가 선차적이다. 당연히 지금 시점에서 김정일을 향해 대한민국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물론 북한의 추가도발을 억지하는데 강력한 한미군사행동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그러나 우리 군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 채 미 항모만 서해로 불러들이는 것이 우리의 ‘안보의지’를 김정일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얼마나 적절한가는 분명히 의문이다. 한미동맹을 이간질하고 미국과 일대일 협상을 하기위해 교묘히 한국에 대한 표적 공격만을 반복하고 있는 김정일에게 웃음거리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정부의 태도가 이럴진데 중국정부가 무엇이 아쉬워 군사동맹국인 북한을 비난하고 한국의 편을 들어 주겠는가?
 
청와대와 정부, 군은 김정일의 대남도발 전략에 대해 두려움부터 벗어내야 한다. 북한의 공격이 있을 때마다 청와대와 군 수뇌부가 ‘확전(擴戰)’부터 경계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무엇인가 대단히 잘못됐다는 증거다. 동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25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긴급안보·경제점검회의에서 결정된 안보 대응조치로 ‘대북 심리전’ 부분이 빠졌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군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심리전이기는 하지만 효과가 당장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위험 부담도 없지 않아 대응조치에서 제외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정부 스스로가 북한의 추가도발을 두려워해 ‘추가도발 여지가 없는’ 조치만 뒤지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 김정일이 노리는 점은 우리 군의 전력상 빈틈이 아니라 확전에 대한 잠재적 두려움이다. 이점에 대해서는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보여준 부정적 ‘학습효과’의 탓이 크다. 한국은 때리면 반격하는 나라가 아니라, 때리면 때릴 수록 눈치를 보며 알아서 처신한다는 잘못된 믿음을 김정일에게 심어준 것이다.


그러나 체제 본질을 살펴볼 때 남북간 확전의 가능성, 더 나아가 전면전의 가능성에 대한 압박은 사실 김정일 쪽이 더 크다. 한반도 정세가 확전 내지 전면전으로 치달을 경우 ‘당-군-인민-경제력’의 협조성이 ‘0’에 가까운 북한체제의 붕괴는 불보듯 뻔하다. 더구나 김정일은  만성적인 경제난과 화폐개혁 실패 등으로 인해 내부 민심이 흉흉한 가운데 20대 후반의 어린 아들을 최고지도자로 세워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결국 남북간 군사적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려 내부통제를 확고히 하면서 후계작업의 시간을 벌어야 하는 급박한 내부환경이 늙고 병든 김정일을 자극한 것이다.


북한의 연평도 공격은 이명박 대통령과 대한민국의 두려움을 정조준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치킨게임을 걸어오는 무모한 적에게 유일한 대응수단은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 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빠른 시간에 이번 연평도 공격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묻는 조치를 마련해 국민들 앞에 서야 한다. 신임 국방장관의 인선을 서둘러 조속히 전군지휘관 회의를 열고, 우리 군의 의지도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천안함 사건 이후 만들어 놓은 5.24대북조치에 따라 민간과 함께 북한에 대한 심리전을 전면화 하면서 김정일을 향해 “대한민국을 건드리면 당신들의 체제유지도, 후계세습도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보내는 것도 빠뜨려서는 안된다. 이 대통령의 시간끌기 모습이 김정일에게 다시 한번 엉뚱한 학습효과를 심어 주게 될까 근심이다.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김정일을 여기서 응징하지 못하면 더 큰 참화가 뒤따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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