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북미 협의 초점은 `관계정상화’

1일 제네바에서 개막된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의 제2차 회의의 초점은 이름 그대로 반세기 넘도록 적대적인 양국 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논의에 맞춰져 있다.

이틀간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 북핵 시설 불능화와 농축우라늄(UEP) 의혹을 포함한 핵프로그램 전면 신고 등 북한의 2단계 비핵화 문제도 깊이 있게 논의되지만 어디까지나 우선점은 관계정상화 부분이다.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이날 회의 시작에 앞서 숙소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번 회의에서 우리의 의무는 우리의 양자 관계 프로세스를 논의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며칠간 작은 어젠더를 설정하고 양자 관계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는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 삭제 및 적성국 교역법 적용 해제를 포함한 양국간 관계 정상화 문제를 중심으로 협의하면서 비핵화 2단계 이행 방안인 북한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의 전면 신고 문제도 비중있게 다루고 북한의 일본인 납치자 문제도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 삭제 = 미국 국무부는 지난 4월 30일 발표한 연례 테러보고서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명시했다. 1987년 KAL기 폭파사건이후 북한을 그 명단에 올릴 뒤 20년이 됐다.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들어가 있는 나라들은 북한과 쿠바, 이란, 수단, 시리아 등 5개국 뿐이다.

이 명단에 오르면 해당국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뿐아니라, 미국과 교역은 물론 미국이 참여하는 국제금융기관과도 모든 거래가 금지되며 무기 수출이 금지되고 경제 지원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

또 미국은 물론 각 국의 기업들이 이들 나라의 기업들과 거래를 꺼려 경제적 불이익도 적지 않다.

심지어 미 증권거래위는 지난 6월 “투자자를 위한 정보 제공 차원”이라며 이들 5개국과 거래하는 미 국.내외 기업 80곳의 명단을 웹사이트에 공개했다가 반발이 일어나자 한 달 가까이 만에 중단하기도 했다.

그동안 북한은 북핵 6자회담 석상이나 북미 양자회담 자리에서 명단 삭제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올해 테러보고서는 북한이 1987년 KAL기 폭파사건이후 어떠한 테러 활동을 지원한 적이 없다고 명시했으나, 1970년 일본 민항기 납치에 관여했던 적군파 요원 4명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일본인 납북자 12명의 신상에 대해 완전한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명단에서 빠지기 위해서는 일본인 납치자 문제가 해결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와 관련, 힐 차관보는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그 문제는 해결돼야만 한다”며 “그 것은 여기(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 삭제)에서도 분명히 장애물이 돼왔으나 해결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오는 5∼6일 몽골의 울란바토르에서 열리는 북일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에서 북한과 일본이 이 문제를 두고 진지하고 성의있게 협의해 `해법’을 도출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힐 차관보는 보고 있다.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시기와 관련, 힐 차관보는 “우리는 그 것이 어떤 단계에서 이뤄질 수 있을지 협의해 볼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는 그 것이 언제 이뤄질 수 있을지 꼬집어 말할 준비는 돼 있지 않지만 그 문제는 이번 실무그룹 회의에서 하나의 중요한 이슈”라고 덧붙였다.

◇ 적성국 교역법의 대북 적용 배제 = 이 문제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의 삭제와 더불어 북한이 미국의 관계 개선 및 정상화 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적성국 교역법(The Trading with the Enemy Act)은 미국에 적대적인 나라들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자는 취지에서 제1차 세계대전 와중인 1917년에 제정됐다.

미국 대통령은 이 법률에 근거해 적성국과 이뤄지는 모든 교역을 감시하고 제한할 권한을 보유한다.

교역 금지 대상으로 지정된 국가는 미국과 정상적인 교역을 할 수 없고 미국내의 모든 자산이 동결되는 것은 물론, 교역 금지 대상으로 지정된 국가와 거래를 하는 국가도 미국과 거래를 할 수 없다.

그 결과 교역 금지 대상으로 한 번 지정되면, 국제사회 전체에서 경제적으로 완전히 고립되게 된다.

미국은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 직후부터 북한을 적성국 교역법의 대상으로 포함시켜 60년 가까이가 돈 오늘 날에 이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고립무원에 처해 있는 상황도 이 법률과 무관치 않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과 상업 및 금융 거래를 실질적으로 금지하고 경제 지원 및 원조도 제한해 왔으나,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인 1994년 10월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를 채택한 이듬 해인 1995년에 미국 상품의 북한 반입 제한 조치, 북한과 외국간 거래시 미국 상선의 북한 입항 금지 등의 조치를 해제한 바 있다.

또한 1999년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재발사를 유예하자 2000년 6월 북한 자산의 동결 및 경제지원 조치등이 부분적으로 해제되기도 했다.

그동안 북한은 테러지원국 지정 및 적성국교역법 적용 등에 따라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 금융기구로부터 차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을 포함해 앞으로 제네바에서 계속 이어지게 될 이 실무그룹 회의에서는 북미 관계 정상화의 최종 단계인 북미 수교를 향한 중간단계에서 있을 수 있는 상호 연락사무소의 개설 또는 연락사무소 개선을 거치지 않은 대사관 개설 문제 등도 협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힐 차관보는 1일 회의에 앞서 숙소에서 가진 회견에서 “우리는 양자 관계의 여러 이슈들을 다루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를 하려고 한다”며 “우리가 논의해야 할 사항들이 아주 많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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