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북·미회동서 핵신고 해법 찾을까

북한과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1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기로 함에 따라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 지연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협상이 진전을 이룰 지 주목된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12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회동 계획을 공식 확인하며 “2단계 북핵합의 이행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으며 진전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단계 북핵합의는 ‘북한의 핵시설 핵불능화 및 핵프로그램 신고’로, 북한은 북핵 10.3합의에 따라 작년 말까지 2단계를 마무리해야 했지만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및 시리아와의 핵협력설 등에 대해 미국과 이견을 빚으면서 아직까지 신고를 미루고 있다.

UEP와 관련, 미국은 원심분리기 수입 등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계획을 추진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북한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핵협력설에 대해서는 미국은 과거의 핵활동까지 모두 신고할 것을 요구하지만 북한은 “현재 다른 나라와 핵협력을 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면서도 과거에 대해서는 설명하기를 꺼리고 있다.

서울 외교가는 이번 회동에서 이들 두가지 사안을 놓고 지난 5개월 간 지속돼 온 북.미 간 줄다리기가 중국이 제시한 절충안을 바탕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1972년 미국과 중국 간에 있었던 ‘상하이 코뮈니케’를 참고로 해 북한과 미국의 입장을 병기하는 방식의 신고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 코뮈니케는 1972년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毛澤東) 주석과 회담한 뒤 발표한 공동성명으로 “미국과 중국의 사회제도와 대외정책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미.중의 관계정상화로의 진전은 모든 국가들의 이익에 부합된다”고 명시해 양국간 관계정상화의 길을 열었다.

즉, UEP와 시리아와의 핵협력설에 대한 북한과 미국의 입장이 팽팽한 만큼 양측의 입장을 모두 문서에 적시하는 방식으로 현재의 교착국면을 타개하고 3단계인 핵폐기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북한이 플루토늄 관련사항만 신고서에 담아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하고 UEP 및 핵협력설 등 민감한 현안은 북.미 양측의 입장을 병기한 비밀문서를 두 나라만 공유한 뒤 앞으로 양자차원에서 계속 논의한다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절충안에 대해 미국은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반면 북한은 ‘검토해보겠다’며 아직까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번에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 외교소식통은 “지난달 말과 이달 초 힐 차관보가 베이징에서 두 차례나 김계관 부상을 기다렸지만 북한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는지 김 부상은 나타나지 않았었다”면서 “김 부상이 이번에는 제네바 회동을 약속한 이상 구체적인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북한의 입장이 긍정적일 지는 속단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은 중국의 절충안이 UEP 및 핵협력설을 인정하는 모양새는 아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두 문제가 적시되면 미국 강경파들이 공세를 펴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완전하고 정확한 핵신고”를 강조해 온 미국도 중국의 절충안만으로는 국내 강경파들로부터 ‘애매한 타협’이라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다른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외교소식통은 “이번 회동이 어떻게 결론이 날 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6자회담이 다시 순탄하게 진행될 지 아니면 장기 교착국면에 빠질 지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중대기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회동 장소가 핵협상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돌파구가 마련됐던 제네바라는 점에 기대를 걸기도 한다.

1994년 1차 북핵위기를 타결지은 ‘북.미 기본합의서’가 도출된 곳이 제네바였으며 작년 9월 북.미가 ‘연내 핵시설 불능화’에 의견을 같이한 곳도 이 곳이었기 때문이다.

외교 당국자는 “북한과 미국이 뭔가 일을 잘해보려 하면 유럽, 특히 제네바에서 만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번에 일이 잘 풀리면 이달 내 6자 수석대표회담 개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기대를 드러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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