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합의 땐 ‘장군님은 미국잡는 포수’…이번엔?

▲ 김정일의 겨울 전용복인 ‘겨울솜옷'(방한복)과 ‘포수 모자’

북한은 ‘2·13베이징 합의’ 소식을 내외에 전하면서 ‘폐쇄’나 ‘불능화’를 언급하지 않고 ‘일시중지’라는 표현을 썼다.

북한의 의도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면서 베이징 합의를 통해 일방적 승리를 거뒀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면서 세계 초강대국 미국마저 무릎을 꿇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에도 미국의 중유 지원과 북·미 관계정상화 합의에 관해 ‘미제에 대한 공화국의 승리’라고 내부적으로 선전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의 각종 매체들은 “장군님의 무비(비교할 수 없는)의 담력이 미국을 굴복시켰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하고 김정일의 영도를 찬양했다.

당시 인민반 강연제강(강연 자료)에도 제네바 합의에 대한 교육 내용이 실렸다. 강연제강에서는 “세계 초강대국이 장군님 앞에 무릎 꿇었다. 미국이 호랑이라면 장군님은 호랑이 잡는 포수다”며 “장군님은 ‘포수 모자’를 쓰고 현지시찰에 나서고 있다”고 교육했다.

노동신문에도 이 때부터 ‘포수 모자’를 쓴 김정일의 현지시찰 모습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매체나 친북 사이트에서도 김정일 호랑이 잡는 ‘포수’로 묘사한 찬양 글이 다수 등장했다.

김정일이 방한복에 ‘포수 모자’를 쓴 것은 1991년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된 이후다. 김정일은 군부대를 시찰 할 때마다 최고사령관이라는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 방한복 차림을 나타나 군인들은 물론 주민들한테도 의아심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이에 대해 북한 연구가들은 당시 남한이 대북선전물에서 북한을 강아지로, 남한을 호랑이로 묘사했기 때문에 김정일은 호랑이를 잡는 ‘포수’로 분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탈북자 김일영(2001년 입국. 청진 출신) 씨는 “94년 당시 북한은 미국과의 대결에서 우리가 이겼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었다”며 “이후에 김정일의 ‘포수 모자’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아마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서도 북한이 초강대국 5개국을 상대로 큰 승리를 거뒀다는 방향으로 주민들을 교육할 것”이라며 “그러나 북한 사람들은 이제 먹고 사는 문제에만 관심 있기 때문에 핵실험을 했다거나, 핵협상이 타결됐다거나 이런 문제에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제네바 합의 이후 북핵 문제가 타결됐다며 들떠있던 국제사회와 달리 북한은 ‘포수 모자’ 쓴 김정일에 대한 우상화를 강화하며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번 베이징 합의 이후 북한은 내외적으로 김정일 생일 분위기 조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에는 ‘핵보유국 사령관은 천하무적’이라는 선전문구가 등장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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