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 對北 인도적 지원법’ 반대하는 이유 4가지

9월 4일 한나라당의 신(新)대북정책을 주도한 정형근 의원이 평화재단(이사장 법륜)과 공동으로 한시적(3~5년)인 대북 ‘인도적 지원법’을 발의했다.

핵심 골자는 매년 1조 5천억 규모의 대북지원을 법제화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 통과를 목표로 잡았다.

매년 1조 5천억으로 추산한 기준은 식량 부족분 200만톤(6000억원), 비료 40만톤(4,400억원), 의료 지원(3000억원)에 기타 운송 예산을 포함한 것이다.

평소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 찬성해 온 필자가 인도적 지원에는 여전히 찬성하지만 이번 ‘법제화’에는 반대하는 4가지 이유를 제시하고자 한다.

1. 과연 북한에 제2의 대량 아사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가?

한국 정부는 2002년부터 매년 40만톤 가량의 식량을 북한에 지원해 왔다. 그런데 이번 법안에는 그 5배나 되는 200만톤을 매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급격히 식량 지원 규모를 늘리고자 하는 배경에는 북한에 제2의 대량 아사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평화재단 이사장 법륜 스님이 이사장을 겸하고 있는 대북 지원단체인 ’좋은벗들’은 8월 초 1995-98년 300만명이 희생된 북한의 대량아사 사태 초기와 비슷한 정황이 최근 북한에 다시 나타나고 있다며 신속한 대북 긴급 지원을 호소했다.

‘좋은벗들’은 “북한에서는 6월 말부터 평북, 량강, 자강, 함남.북 등 북한 북부지방의 시.군에서 하루 평균 10명 안팎의 아사자가 생기기 시작해 7월 말 기준 함흥에서 300여명, 온성에서 100여명의 아사자가 발생했다” 고 발표했다.

만약 이 주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북한에 시, 군 급이 200개 정도 있다고 볼 때 하루에 2,000명 정도, 1년에 73만 명 정도의 아사자를 추산할 수 있다. 이 정도 규모라면 90년대 중반의 대량 아사 사태가 재연되고 있는 것이라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좋은 벗들’의 이런 주장이 전혀 교차 확인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 전문 신문인 DailyNK는 좋은 벗들의 기자 회견 이후 곧바로 이 사실을 확인해 보기 위해 북한 전역에 걸쳐 아사자 발생 여부에 대한 취재 작업을 진행했다. DailyNK는 평양, 평북 신의주, 삭주, 의주, 평남 덕천, 함경도 함흥, 회령, 청진 지역의 식량 사정과 아사자 발생 여부를 조사한 결과 ‘좋은 벗들’의 주장이 확인되지 않았고, 여러 가지 여건을 감안해볼 때 사실일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뿐 아니라 현재 북한의 식량 가격은 전반적으로 안정돼 있는 편이고 신의주 등에 일시적으로 쌀 값이 폭등한 적이 있으나 쌀 등 식량이 모자라면 중국으로부터 식량을 수입해 쌀 공급은 시장에 의해 자동 조절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때문에 10년 전처럼 그냥 앉아서 굶어 죽는 사태가 재발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는 것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익히 아는 바이지만 그 동안 시민 단체 중 북한 내부 정보의 공급원 중 가장 믿을 만한 곳은 “좋은 벗들”과 DailyNK였다. 따라서 필자는 이 두 단체의 정보가 일치하는 경우는 대체로 신뢰해 왔다. 그런데 이 두 단체의 정보가 판이하게 다른 경우는 그 판단을 유보하는 편이다.

이번 좋은 벗들의 대량 아사 주장도 DailyNK에 보강되었다면 시민 사회 내부에서도 넓은 지지를 얻었겠지만 현재 북한 관련 시민단체의 폭넓은 지지를 못얻고 있는 형편이다. DailyNK 뿐이 아니다. 독립 기구로는 최대의 대북 구호 단체인 WFP도 ‘좋은 벗들’의 주장은 자신들의 관측과는 다르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좋은 벗들’ 이외는 교차 확인되지도 않은 조건에서 대량 아사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추진되는 입법은 아무래도 선뜻 동의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2. 인도적 지원 법제화는 북한의 식량 자립 기반을 더욱 약화시킨다.

이번 인도적 지원법의 근본 취지는 북한의 식량 자립 기반을 재건하는 데 기여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번 법안이 통과되어 5년 정도는 대규모의 인도적 지원이 법적으로 강제된다면 북한의 식량 자립 기반은 치명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우선 식량 자립 기반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식량 자립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국내 생산량이 증대되어야 한다. 그래도 모자라는 식량은 수입으로 충당한다. 그런데 현대국가 중 국내 생산만으로 100% 식량을 충당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심지어 북한에 식량을 제일 많이 수출하는 중국도 식량 수입국이다. 북한은 농토가 척박하기 때문에 식량 자립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해외로부터 수입을 늘일 수밖에 없다.
제목 없음

표1) 북한의 식량수급 현황(단위:만톤)(수입비율=상업적수입/총도입량)

년도

최소수요량

생산량

도입필요량

상업적수입

지원

총도입량

수입비율

1992

576

443

133

83

0

83

1.000

1993

569

427

142

109.3

0

109.3

1.000

1994

576

388

188

49

0

49

1.000

1995

580

413

167

64

32.2

96.2

0.665

1996

578

345

233

75

30

105

0.714

1997

583

369

214

79

84

163

0.485

1998

541

349

192

29

75

104

0.279

1999

551

389

162

15

92

107

0.140

2000

528

422

96

21

101.5

122.5

0.171

2001

534

359

165

10

130

140

0.071

2002

536

395

141

10

80.5

100.5

0.100

2003

542

413

129

10

70.9

80.9

0.124

*출처:통일연구원 박형중(2007) “구호와 개발 그리고 원조”


그런데 북한은 해외식량 원조(한국의 지원성 곡물 차관 포함)가 늘어날수록 해외로부터 상업적 수입을 줄여왔다. 아래의 그래프 1)에서 나타나듯이 해외로부터 인도적 식량 원조가 늘어날수록 북한은 식량의 상업적 수입량을 꾸준히 줄여 왔다.

즉 해외로부터 식량 원조가 북한 정부의 도덕적 해이를 강화하고 자기 책임성을 약화시킨 것이다. 자기 책임성이 있는 정상적인 정부라면 자기 국민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일차적으로 수입을 늘리고 그래도 식량이 모자라면 해외 원조를 요청해야 한다.

해외 원조가 북한의 식량 수입을 구축(驅逐)한다

그런데 그래프 1)에서 나타나듯이 북한은 90년대 후반 이후 경제가 가장 어려웠을 때인 90년대 중반보다 식량 수입을 줄이고 있다. 경제가 호전되고 있음에도 식량 수입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도적 식량 원조가 대폭 늘어난다면, 나아가 식량 원조 증대가 5년 정도는 제도적으로 강제되어 있다면 북한 정부는 그 기간 동안은 식량 수입을 더 줄여나갈 가능성이 많다. 마치 악화가 양화를 구축(crowding out)한다는 말처럼 해외 원조가 식량 수입을 구축하는 것이다. 외부 식량 원조의 제도화가 북한 정부의 식량 수입 감소의 제도화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 식량 총 도입량에서 상업적 수입의 비율

나아가 인도적 지원법은 북한 농촌의 식량생산 기반을 잠식할 가능성도 있다. 표1)에서 보듯이 WFP/FAO에 따르면 북한의 최소 식량 요구량은 대략 550~570만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소 식량 요구량은 기아를 면할 수 있는 최소량을 의미한다. 그리고 최근 북한의 외부 도입 필요량은 100여 만톤 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인도적 지원법에서 북한에 지원할 식량을 200만톤으로 계산하고 있다. 그 이유는 최소 수요량이 아니라 정상 수요량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상 수요량은 최소 수요량에서 20% 추가해서 계산한다. 따라서 외부 도입 필요량도 최소 요구량 550만톤의 20% 수준인 100만톤을 더 추가하여 200만톤 이상이 되는 것이다.

현재까지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북한이 정확히 통계를 집계하여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WFP와 FAO가 추정하여 발표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추정치는 실제 생산량보다 많을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인도적 지원법이 통과되어 한국 정부가 매년 200만톤 정도를 지원을 할 경우 북한의 식량 공급 초과로 식량 생산을 줄여야 하는 그런 웃지 못할 사태의 발생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내부 식량 생산 기반 잠식할 가능성도

만약 한국 정부가 매년 200만톤을 지원한다면 한국을 제외한 해외 지원량이 평균 30~40만톤 되기 때문에 총 240만톤 정도가 지원되는 것이다. 만약 2003년에 240만톤이 지원되었다고 가정하면 북한의 식량은 최소 수요량에서 110만톤, 정상 수요량에서도 30만톤 정도가 초과 공급이 된다. 2003년 북한의 상업적 수입량이 10만톤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북한 정부는 국내 생산량을 줄일려는 인센티브가 생기는 것이다. 식량 자립을 강화시키려고 하는 정책이 식량 자립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선의의 정책이 항상 선의의 결과만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 무수히 보아 오지 않았는가?

그리고 북한 정부가 통계를 발표한다고 해도 더 많은 식량을 얻어 내기 위해 통계를 축소 발표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초과 공급이 더 많아져서 쌀 값은 더 떨어지고 북한의 식량 생산 농가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3. 인도적 지원법은 북한내 개혁개방 지지계층을 약화시킨다.

인도적 지원법이 북한에 끼치는 또 다른 부정적 영향은 북한 내의 개혁개방 지지층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북한은 90년대 중반 식량난 이후 북한의 배급 체계가 붕괴되어 식량의 대부분은 국가 배급이 아니라 장마당 즉 시장을 통해 분배되고 있다.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식량의 70% 이상은 시장을 통해 분배되고 있다고 추정된다. 때문에 식량 부족을 메꾸기 위해 중국과의 변경 무역이 대폭 증대하고 있다. 식량 수급에 있어서는 북한 내 쌀값이 낮아지면 중국에서 들여오는 수입물량이 줄고, 북한내 쌀값이 오르면 중국에서 들여오는 양이 늘어난다.

동시에 중국과 거래량이 많아지고 거래하는 상인들이 많아지면서 중국처럼 개혁 개방해야 북한이 생존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즉 중국과의 무역 증가는 개혁 개방을 지지하는 계층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으로부터 식량이 대거 들어오면 중국과의 식량 무역량도 줄어들고 북한의 식량 수입상들의 경제적 기반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또 그 상인들의 통해서 함께 들어오는 외부 정보 유입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즉 북한 내의 개방 우호 집단의 기반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북한 내 지배 세력인 개방 반대 집단의 물질적 기반을 강화시킬 것이다. 외부에서 북한으로 지원되는 식량의 상당수는 군대, 노동당, 보위부 등 북한의 고위급 간부들을 통해 시장으로 전용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북한의 국가배급 쌀 가격이 45원 대이고 시장 가격은 1200원 수준이기 때문에 쌀을 시장에 내다 팔면 26배 정도의 차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개혁개방의 미래가 親개혁개방 세력과 反개혁개방 세력의 역관계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을 때 인도적 지원법은 친 개혁개방 세력을 약화시키고 반 개혁개방 세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 만큼 북한 개혁개방의 미래는 어두워지는 것이다.

4. 국제구호단체의 대북 협상력 약화된다

북한의 인도적 지원법이 끼치는 부정적 영향은 이 뿐만이 아니다. WFP, 카리타스 등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국제 기구와 NGO의 북한과의 분배 투명성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물론 인도적 지원법이 통과된다면 분배 투명성 문제를 간과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분배 투명성의 기준을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가는 북한 정부와 협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북한 정부도 이미 WFP와 분배 투명성 기준에 합의하여 인도적 지원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인도적 지원법에 근거한 대북 지원도 분배 투명성 기준에 대해 어느 선에서 합의가 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북한에 지원을 하는 모든 주체가 엄격한 분배 투명성 기준에 대한 공동의 확고한 합의가 없을 경우 북한 정부는 각개격파 전술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WFP에 대해서는 “한국이 인도적 지원법에 의거하여 대량 식량 지원을 할 것이기 때문에 분배 투명성 기준을 낮추지 않으면 WFP 지원 식량은 받지 않겠다”는 식으로 버틸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한국에서 2002년부터 거의 정기적으로 들어온 40만톤을 무기로 WFP에 분배 투명성 기준 완화를 요구했고 WFP는 결국 북한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만약 인도적 지원법이 통과되어 더 많은 식량 지원이 제도적으로 보장된다면 동일한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이러한 근거들로 필자의 ‘인도적 지원법” 제정을 반대한다. 그러나 인도적 지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필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북한의 인도적 지원 문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그 동안의 인도적 지원 문제를 평가해 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의 인도적 위기는 90년대 중반 자연 재해로부터 촉발되었다. 일반적으로 인도적 긴급 구호는 단기 간에 그 목적을 성취해야 한다. 1~2년 이상 지속되는 인도적 긴급 구호는 실패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북한은 10년 이상 인도적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사업이 철저히 실패한 것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동시에 이는 북한의 인도적 위기의 근본 원인이 식량 총공급의 부족만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분배 구조에도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따라서 북한에 인도적 위기 해법은 식량 총공급을 늘리는 것 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 해결과 병행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이런 시각에 입각해서 해법을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북한 정부가 정확한 식량 통계를 제시할 때까지 식량 지원량을 늘리지 말아야 한다.

우선 북한 식량 생산량의 정확한 통계를 확인해야 한다. 사실 북한이 스스로 공개하는 국가 통계치가 별로 없고 설령 있더라도 그 통계의 신뢰도가 극히 낮다. 그런데 북한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얼마가 부족한지 정확히 알아야 하는 것이 자명한 이치가 아닌가? 하지만 인도적 지원 10년 역사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한국 정부는 북한에 정확한 식량 통계를 제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팀을 국제적으로 조직해서 북한이 수용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이 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페널티를 줘야 한다. 현재 한국은 매년 40만톤의 식량을 북한에 제공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정확한 식량 통계를 계속 거부할 경우 얼마 동안은 현 수준으로 식량 지원량을 동결해야 한다. 그래도 계속 거부할 경우는 지원량을 점차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예를 들어 1년에 5만톤씩 지원량을 줄이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이는 북한에 큰 압박이 될 것이다.

정확한 통계 제공은 북한이 정상 국가로 전환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관문이다. 정확한 경제 통계를 제시하지 못하면 IMF, 세계은행, OECD 등 대부분의 권위 있는 국제 지원 기구도 지원을 하지 않는다. 때문에 이번 기회에 신뢰할만한 식량 통계를 요구하는 것은 북한이 정상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북한의 통계 작성 능력이 떨어져서 정확한 통계에 어려움이 있다면 한국은 통계 요원 교육과 북한의 통계 시스템을 만드는데 무상으로 지원해 줄 수 있을 것이다.

2. 북한의 식량 수입량을 점차적으로 늘릴 것을 요구해야 한다.

앞서 말했지만 정상적인 국가는 원조를 요청하기 전에 부족한 식량을 우선 수입해서 보충한다. 그래도 부족하면 원조를 요청한다. 그런데 북한은 93년 109만톤 수입을 정점으로 해서 지속적으로 식량 수입을 줄이고 있다. 2003년에는 10만톤까지 수입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입을 줄이는 대신 해외 원조 요구량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틀림없이 식량 수입을 줄여서 남는 재원은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자기의 국민들에게 책임있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 재정의 우선 순위를 자기 국민들의 기아를 해결하는 데 먼저 사용해야 한다.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는 북한 정부에게 수입량을 늘릴 것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이는 아주 정당한 요구이다. 가령 매년 10만톤씩 점차적인 수입량 증대를 요구할 수 있다. 이는 약 3,000만$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3,000만$은 2006년 북한의 총수입액 20억5천만$의 1.4% 밖에 되지 않는다. 국민을 굶어 죽지 않게 하는 것이 국가의 최우선 순위 과제라고 했을 때 이 정도 예산은 북한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기존의 수입 예산 한도 내에서도 우선 순위를 바꾸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이렇게 매년 10만톤씩 증대하여 적어도 북한의 93년 수입량인100만톤 수준까지 수입을 늘리도록 요구해야 할 것이다.

3. WFP 등과 협의하여 북한 분배 투명성 검증을 위한 국제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앞서 말했지만 북한은 분배 투명성을 회피하기 위해 여러 인도주의 지원 국가와 단체를 분리 대응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식량 지원이 엄격한 분배 투명성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렛대로 WFP 등에 분배 투명성 기준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북한의 각개격파 전략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한국 정부와 NGO, WFP, 여타 해외 NGO들은 분배 투명성 검증을 위한 국제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이 협의체를 구성해서 공동의 분배 투명성 기준을 확립하고 식량 모니터링 팀도 공동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처럼 공동 대응체를 구성하여 북한 정부와 협상을 해야 북한의 양보를 끌어낼 수 있다. 개별적으로 협상하면 협상력을 가지기가 어렵다. 정녕 인도주의 지원이 북한 주민에게 돌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국제 사회의 공동 대응이 절실하다.

4. 나머지 부족분은 한국이 전적으로 부담해도 상관없다.

만약 북한이 정확한 식량 생산 통계치를 제시하고 수입도 늘려간다고 가정하자. 또 분배 투명성 기준도 충족한다고 하자. 이럴 경우에는 북한의 부족한 식량분을 국제 사회와 협의하는 가운데 한국이 전적으로 부담해도 반대하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5. 식량 공급량이 부족하지 않아도 굶어 죽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분배의 문제이다.
식량이 부족하지 않아도 굶어 죽는 사람은 선진국에서도 존재한다. 한국에서도 노숙자의 경우에는 주변의 방치 하에 굶어 죽는 경우가 있다. 이런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쌀만 보내준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길 거리에서 밥을 해서 무료로 제공하듯이 북한에서도 이런 활동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북한도 국가 배급 보다는 시장이 식량을 분배하는 주 기제이다. 즉 돈만 있으면 시장에서 식량을 사서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굶는 사람은 경제적 극빈층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기아 문제는 분배 투명성이 100% 보장될 경우에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즉 분배 투명성을 100% 보장하는 방법은 무료 급식 단체가 북한에 가서 직접 밥을 해서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무료 급식 단체에서 제공하는 밥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것처럼 말이다. 북한에서 무료 급식 단체들이 활동할 수 있다면 이런 사회적 분배의 문제 때문에 생기는 기아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정상 국가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의지가 있다면 이런 무료 급식 단체들의 활동을 막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끝으로 정리하자면 인도적 긴급 구호는 인도적 지원법의 매년 1조 5천억 처럼 몇 년간 고정액을 보장하는 그런 법제화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위기가 발생할 시기에 정확한 정보를 파악해서 신속히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용천 사태나 이번 북한 홍수 때 긴급히 대응해서 지원하는 것처럼 말이다. 항상 긴급 구호 지원 프로젝트는 단기성이다.

언제나 인도적 지원을 잘 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와 북한 정부의 성실한 협조가 선결 조건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동안 이러한 원칙의 소중함을 실천하지 못했다. 북한의 만성적인 인도적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이 원칙적인 문제의 해결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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