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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진영과 좌파 진영간의 이념 논쟁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유주의연대 최홍재 조직위원장이 뉴라이트의 사상이념지 ‘시대정신’ 가을호를 통해 이 시대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인 고려대 강만길 교수에 대해 실명 비판을 시작하자, 좌파 진영쪽에서도 뉴라이트의 현실 인식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최 위원장은 ‘시대정신’ 기고문을 통해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는 북한정권을 옹호하는데 급급해 북한동포들을 외면하는 등의 잘못된 역사인식을 갖고 있다”고 비판해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다.
뉴라이트 진영의 좌파 이념에 대한 공격이 불을 뿜자 좌파진영의 이념지 ‘역사비평’(역사문제연구소 발간)도 가을호를 통해 “뉴라이트 진영이 민주세력 대다수를 좌파세력으로 분류하는 등 지나친 과장을 시도하고 있다”며 날선 대응을 하고 나섰다.
‘역사비평’ 편집주간 김성보 연세대 교수는 “뉴라이트 측의 지적은 충분한 학문적 토대 위에서 제기되기보다는 정치적 비난에 가깝다”며 “뉴라이트 진영의 잘못된 현실인식을 짚어 보기 위기 위해 긴급진단을 마련했다”고 기획취지를 밝혔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도 ‘뉴라이트운동의 현실인식에 대한 비판적 검토’라는 제하의 기고문을 통해 뉴라이트는 이념과 세력에 대한 과도한 이분화와 단순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뉴라이트가 미∙일 중심의 국제주의를 추종하고, 올드라이트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뉴라이트, 자유주의와 국제주의는 추상적”
정 교수는 “뉴라이트 운동은 수구와 미래라는 이분법적인 기준으로 자신을 제외한 모든 세력을 수구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면서 “뉴라이트가 주장하는 자유주의와 국제주의는 매우 추상적이며, 그러한 지향이 미래의 구체적인 발전과 선진화를 보장해 줄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일 중심의 국제주의를 일방적으로 추종하고 남북관계의 개선을 경시하는 것이 뉴라이트의 문제”라면서 “남북관계의 개선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국제주의와 평화주의, 그리고 민족자주의 적절한 균형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뉴라이트는 사상∙이념에 기초해 형성된 시민운동이라기 보다는 ‘현상’으로 간주하고 기존의 보수세력의 새로운 돌파구로서 나타난 것이 ‘뉴라이트’라고 분석했다.
그는 “뉴라이트 현상은 보수세력이 두 차례나 대선에서 실패함으로써 권력을 상실한 가운데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의해 (확산이)가능했다”면서 “권력상실에서 비롯된 초조감은 보수세력으로 하여금 무언가 사태의 돌파구를 모색 하도록 강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북미관계의 악화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도래라는 환경으로 인해 새로운 우파운동으로서 뉴라이트 현상은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그는 뉴라이트 운동이 아니라 ‘현상’이기 때문에 17대 대선을 기점으로 올드라이트에 흡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최홍재 위원장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좌파진영의 대응이 학문적 논쟁의 진용을 갖춰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정치공세로 매도하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면서 “뉴라이트의 여러 가지 지적에 대해 정치적 해석을 하기보다는 학술적 논쟁으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좌파세력은 북한인권 문제를 외면하고 한국사회의 발전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에 상당한 결함이 존재하고 있다”면서 “스스로 주장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시키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훈 기자 ky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