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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장기표 준비위원장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여전히 빠른 직설 화법을 구사했다. 민주통합당이나 진보좌파의 북한에 대한 입장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장 위원장은 북한 김정은 체제의 전망에 대해 향후 2, 3년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런 때일수록 공세적인 대북정책을 통해 세습정권의 붕괴 환경을 조성하고 민족통일의 기회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정치는 먼저 합리성의 회복으로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일 때는 FTA에 찬성하고 야당일 때는 반대하는 정치는 지극히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준비 안된 FTA에 반대한다.
합리성 회복과 함께 국민통합, 정책 생산능력도 새로운 정치의 과제로 꼽았다. 그는 “현실 정치가 편을 갈라서 무한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대결해서는 품격(品格) 있는 정치를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품격 있는 좋은 정치를 위해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손을 잡았다. 그러나 박 이사장과 그는 정책기조에서 차이가 뚜렷하다. 이 차이가 합리성만으로 극복될 수 있을까? 장 위원장은 “어떤 경우에는 박 교수, 어떤 때는 내 의견, 어떤 때는 절충안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며 원칙과 유연성이 조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FTA에 대한) 내 생각은 준비 없이는 안된다는 것이지만, 사실 이러한 기본 차이를 두고 밤새워 토론한다고 해서 뚜렷한 대안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절충될 수도 있고, 따라갈 수도 있는 것이다. 합리성에 기초하면 진보와 보수 간에도 타협과 조정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보수진영의 최대 문제는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제서야 복지 문제에 허겁지겁 나서는 것을 보면 그 느리고 둔함이 쉽게 드러난다는 것.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는 것은 진보좌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민주통합당에는 과거 재야 운동을 같이 했던 소위 70, 80년대 동지들이 많다. 여러차례 정치권에서 비례대표 ‘러브콜’을 받았다. 그러나 장 위원장은 북한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의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나는 친북(親北)적인 노선은 반대한다. 지금은 남한 중심으로 북한 체제를 흡수하는 방법밖에 없다. 연방제가 가능한가? 그런데 민주당은 흡수통일은 안 된다고 하는데 그럼 무슨 대안이 있나. 민족통일 문제처럼 합리적으로 논의하고 대화할 수 있는 길을 택했다”라고 말했다.
진보좌파, 야권세력과 손을 잡고 가는 게 못미덥기 때문이냐고 묻자, “못미더운 것이 아니라, 다름이다”라고 했다.
김정일 사망 후 김정은 체제에 대해 그는 “김정은 시대에 접어 들어서도 군(軍)이 충성을 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북한의 미래는 굉장히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해서 인민이 굶어 죽는 상태에서 정권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이 김정은 체제를 의도적으로 흔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을 그대로 두면 개혁개방이 어렵다는 것을 중국은 알고 있다”면서 “북한을 제한된 개혁개방으로 나가게 하려면 지금까지 북한의 폐쇄정책을 취해온 책임 있는 사람은 물러나게 해야 한다. 중국이 그러한 생각을 한다면 북한 정권이 교체돼야 하기 때문에 김정은을 그대로 둘 수 없다”라고 말했다. 중국이 대안으로 김정남을 준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장 위원장은 “(김정은은) 개혁개방을 하게 되면 자유화와 민주화에 대한 물결이 넘치고 그 동안의 인권과 실정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된다. 과거 유산을 안고 있는 정권은 개혁개방을 성공시킬 수 없다. 중국 등소평은 4인방을 제거하고 등장해 개혁정책을 펼 수 있었다”면서 김정은은 현 북한 체제를 지속시킬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북한 주민들 스스로 민주화를 진행할 힘은 아직 미약하다”면서도 “그러나 평양만 통제가 가능하고 그 외 지역으로 가면 통제가 안 된다. 북한은 현재 돈이면 다 해결되는 사회로 공안당국이 완전히 부패돼 가능성도 완전히 없다고 할 수도 없다. 앞으로 2, 3년이 고비”라고 설명했다.
장 위원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대북정책을 보다 공세적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정권에 대해서는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고 절대 비굴하게 대화를 구걸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정권에 대화하자고 제의하고 인민들을 도울 의사가 있음을 명백하게 표명하는 것이 좋다”면서 “결국 남북대화와 협력은 북한이 두려워 한다. 그 책임을 우리에게 뒤집어 씌우려고 하는데 이에 당당하게 맞설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북한 정권의 붕괴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야인 생활도 박원순 시장처럼 쉽게 갈 수 있지 않느냐고 질문을 던지자 “‘후원 인생’은 옳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장 위원장은 이어 “이 정도면 성공한 인생 아닌가요”라며 한참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