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이득위해 인권 팔아먹은 국가인권위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인권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북한인권 문제의 접근원칙과 정책방향,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인권위원회의 역할을 담았다. 1년 동안 고심해 내린 결론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정치적이고 기만적인 내용이다.

핵심은 실효적 관할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북한지역의 인권침해행위는 위원회의 조사대상에 포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군포로, 납북자, 이산가족, 새터민 등 대한민국 국민이 직접 피해당사자인 문제에 한정해 다루겠다는 것이다.

국군포로, 납북자, 이산가족, 새터민 등은 북한의 인권문제와 밀접히 연관된 문제지만 본질적으로는 남한국민의 인권문제다.

애초부터 남한국민의 인권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하는 문제였다면, <북한인권특별위원회>까지 만들어 1년 동안 연구하고 토론할 필요가 없었다. 자국 국민의 인권을 개선하는 일은 인권위원회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년 가까이 검토해온 문제는 북한주민의 인권 문제에 대한 개입여부였다. 인권위원회는 실효적 관할권이라는 어설픈 근거를 들어 북한지역을 조사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북한인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주민의 인권개선을 사실상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고 말았다.

죽음보다 고통스러운 인권 유린 속에 살고 있는 북한 주민을 외면할 것이며, 북한인권 개선에 적극 나서라는 국민적 열망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런 의미없는 껍데기 원칙 내놔

그러면서도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네 가지 원칙을 내놓았다. 첫째, 인권의 보편성을 존중한다. 둘째,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한인권을 개선한다. 셋째, 북한의 인권상황을 실질적으로 개선시키는 데 목표를 둔다. 넷째, 북한인권 문제는 정부와 시민사회가 상호 비판하고 협력하며 다룬다.

하나같이 정당하고 중요한 원칙들이다. 그러나 인권위원회가 북한주민의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스스로 포기한 순간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는 껍데기 원칙일 뿐이다.

북한인권 개선을 포기한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쓸모없는 원칙들을 줄줄이 나열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인권위원회의 반인권성을 은폐하려는 것이다. 얄팍하고 기만적이다.

인권위원회는 북한지역에 대한 인권 문제에 개입할 수 없는 배경으로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정부가 나서서 북한인권문제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슬기롭게 다뤄져야 함을 국제사회에 인식시켜야 한다는 정책 방향도 제시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은 북한주민의 인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결론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은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력히 뒷받침한다. 남과 북은 같은 민족이며 통일의 동반자이다. 이것이 남북관계 특수성의 요체다.

실효적 관할권도 없고, 북한주민과 특수한 관계도 없는 나라들은 북한인권문제에 끼어드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실효적 관할권이 없다고 해서 북한주민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다. 남북관계의 특수성 때문이다.

인권위원회가 정치적 방패로 내건 ‘남북관계의 특수성’이란 결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정치적 입장을 적당하게 포장한 개념에 지나지 않는다.

인권을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시간이 있을 때마다 강조해온 것이 인권위원회였다. 그런 인권위원회가 ‘인권’을 팔아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북한인권에 대한 입장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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