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이해찬 방북’ 해석 분분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등 정치권은 13일 전날 북한과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이해찬(李海瓚) 전 총리 일행의 방북 목적이 남북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사전준비 차원이었는 지를 놓고 논란을 계속했다.

이 전 총리는 방북 직후 “남북정상회담과 6자회담은 병행해서 가는 것이며 60일 이내 초기단계 이행조치가 끝나는 4월 중순 이후에는 검토해서 논의가 가능하다”며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자체는 논의의 핵심사안이 아니었다”며 정상회담 길닦기가 아니냐는 분석을 부인했으나, 동행한 이화영(李華泳) 의원은 북측이 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했다고 말해 궁금증을 키웠다.

이 전 총리가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께 (전할) 안부 말씀도 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안부’의 내용이 정상회담과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정상회담 문제는 핵심 주제가 아니었다”며 정상회담에 쏠린 시선을 돌리려 했으나, 한나라당은 “여러 정황으로 봐서 정상회담을 논의하러 간 것”이라며 대선정국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방북단에 참가한 우리당 정의용(鄭義溶) 제2정조위원장은 이날 오전 당 고위정책조정회의에서 국군포로 문제, 남북경협 확대 및 미북관계 개선에 대한 북측의 의지 확인을 방북의 주요 성과라고 밝히면서 “당 동북아평화위 활동을 더욱 활성화하겠다”고 보고했으나 정상회담은 거론하지 않았다.

정 의원은 앞서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화영 의원이 `공감’을 얘기한 것은 지금은 정상회담을 논의할 정도로 여건이 성숙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상황이 진전되면 자연스럽게 논의돼야 하는 게 아니냐는 데 대해 남북의 생각이 같다는 뜻”이라며 “국내 언론이 너무 정상회담에 초점을 맞추니까 북측인사들이 다들 웃고 있더라”고 전했다.

정 의원은 “남과 북, 청와대도 똑같은 것은 현 단계에서 정상회담 자체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고, 그런 얘기는 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화영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 방북단의 성격에 대해 “대통령의 지시로 움직이는 게 아니고 당의 활동이기 때문에 준특사는 아니다”면서도 사견을 전제로 “6자회담 워킹그룹의 논의가 4월13일 1차 의견수렴을 하는데 이후에 한번 더 논의하게 되면 두 달정도 걸릴텐데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정상간 만남이 있을 것”이라며 6월 이후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주장했다.

한나라당 나경원(羅卿瑗)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 전 총리와 이화영 의원 등 방북단의 설명을 종합해볼 때 정상회담에 관해 북한과 깊숙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이 분명하다”면서 “한 쪽으로 연막을 치고 다른 한 쪽으로는 연기를 피우는 양동작전을 펴고 있지만 국민들을 세 살 먹은 어린애 취급하는 것이며, 마술쇼 하듯이 어느날 뚝딱 정상회담 합의사실을 터트려 극적효과를 노리겠다는 계산”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남북이 직접 정상회담하는 것이 국내정치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한나라당은 걱정하고 있다”면서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안정을 구축할 수 있다면 정상회담은 필요하지만, 북미관계나 6자회담 등의 진행상황과 함께 조율돼서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져야지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공성진(孔星鎭) 의원도 SBS라디오에 출연, “여러 정황으로 봐서 정치적 특사 지위를 부여받은 것이고 정치적으로 정상회담 논의를 깊숙이 하기 위해서 간 것으로 본다”며 “한나라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나, 대선정국에 정략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의혹이 있는 만큼 국제공조하에서 투명하게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 의원은 “2000년 총선 직전에 깜짝 이벤트로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큰 변수가 안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남북한과 주변국이 평화체제로 크게 바뀔 때는 국민 인식이 크게 바뀔 수 있고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북미관계 급진전과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 가능성을 더욱 중대한 변수로 평가했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 정상회담 전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방북설이 제기된 데 대해 김 전 대통령측 최경환(崔敬煥) 비서관은 “작년 6월에 방북이 연기된 이후 남북 어느 정부로부터 요청이 있거나 방북계획을 추진한 것이 없다”며 “김 전 대통령은 남북 양측으로부터 요청이 있으면 가볼 용의는 있겠으나 , 지금은 자신의 방북보다는 남북정상회담 등 당국간 대화와 협력이 중요한 때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부인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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