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남북 접촉’ 반응 시각차

정치권은 29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安熙正)씨가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한 리호남 참사와 비밀접촉한 것으로 확인된데 대해 시각차를 드러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탈당파, 민주당, 민주노동당은 일제히 “남북정상회담을 투명하지 않게 추진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맹비난한 반면, 우리당은 “비선라인 가동은 아닌 것 같다.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특히 한나라당은 “안씨는 실정법을 위반했고, 노 대통령과 이호철(李鎬喆)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실정법 위반을 방조했다”고 몰아붙였고, 민주당은 노 대통령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핵이 폐기되기 전에 밀사를 보내 남북정상회담을 구걸하는 구태가 반복돼서는 안된다”면서 “안씨는 직책이 없는 민간인 신분으로, 이런 사람을 통해 국가 중대사를 추진하는 것은 `가족정치’, `동네정치’에 불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영세(權寧世) 최고위원은 “이해찬(李海瓚) 전 총리의 방북결과보고서를 보면 이 전 총리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2005년 4월) 자카르타 회동 이후 남북고위급회담을 하기로 했고, 김 위원장은 빠른 시일 내에 북미관계 진전을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적혀 있다. 북한 아태평화위원회 최승철 부위원장과는 북한산업전시회를 남한에서 개최키로 합의했다”면서 “결국 남북정상회담으로 가는 최종단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형오(金炯旿)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노 대통령의 사설 측근이 밀실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했다는 것은 정상회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을 노골화한 것”이라면서 “현 정부가 정상회담에만 올인 하는 것은 북핵폐기 노력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경원(羅卿瑗)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안씨와 청와대는 그동안 접촉 사실을 완강하게 부인하며 뻔뻔한 거짓말을 해 왔다”면서 “한반도 비핵화에 도움이 되는 남북정상회담에는 찬성하지만 국내정치용, 대선용 이벤트식 남북정상회담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그동안 있었던 남북정상회담 추진 내역을 낱낱이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고흥길(高興吉) 의원은 한덕수(韓悳洙) 국무총리 지명자 인사청문회에서 “통일부 장관의 증명서 없이 북한 인사를 접촉한 안씨의 행위는 명백히 실정법 위반으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 “노 대통령과 이호철 상황실장은 사실상 안씨의 실정법 위반을 방조한 게 된다”고 지적했다.

우리당 탈당파인 통합신당 추진모임의 양형일(梁亨一)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비선이 가동되는 것은 정말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그동안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에 걸맞은 남북관계가 형성돼 있었는데 다시 과거 70년대, 80년대 방법으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당 탈당그룹 중 하나인 `민생정치모임’의 정성호(鄭成湖) 대변인은 “참여정부가 과거 국민의 정부 시절 대북송금 사건에 대한 특검까지 하지 않았느냐. 그런 점에서 비선 가동을 통한 남북정상회담 추진은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이런 방식은 남북화해협력 기조에 대한 불신만 초래할 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유종필(柳鍾珌) 대변인은 “국가 운명과 관련된 중대 사안을 전문성도 없는 대통령의 사조직 같은 데서 다루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노 대통령의 국가운영 수준이 다시 한번 드러난 것이어서 크게 걱정된다”면서 “청와대는 이번 건에 대해 거짓말까지 했는데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김형탁(金炯卓) 대변인은 “남북정상회담을 공개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거짓으로 드러났다”면서 “남북관계는 투명성이 결여되면 각종 의혹이 불거지며 오히려 남북관계 정상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당 최재성(崔宰誠)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느낌으로는 일견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면서 “남북문제 자체가 워낙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 방식밖에 없었느냐 하는 점에서 이해되는 측면도 있고 아닌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오영식(吳泳食) 전략기획위원장은 “정상회담을 위한 비선라인 가동은 아닌 것 같다. 북측과의 대화라든가 동향파악 차원에서 만난 것을 이 전 총리의 방북과 연결시키기는 힘들다”면서 “정상회담 문제는 결국 공식적 절차에 따라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