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시비 이재정·꼿꼿 장수·지옥에서 온 신동혁

2007년 한반도는 BDA 해결, 2∙13 합의, 제2차 남북정상회담, 남한 정권 교체 등으로 크게 요동쳤다. 지난해 10월 핵실험 이후 대결로 치닫던 미북관계는 2·13 합의를 터닝 포인트로 급반전, 핵불능화에 따른 테러지원국 해제 등을 내다보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고 남북정상회담까지 열리면서 한반도는 잠시나마 유화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핵 신고를 앞두고 북미간 갈등이 다시 점화되는 양상이다. 유엔총회는 올해도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했고, 한국 정부는 지난해와 다르게 표결에 기권해 정책이 오락가락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데일리NK는 올 한 해 북한 이슈를 이끌어온 화제의 인물 10인을 선정했다.

①걸어서 군사분계선 넘은 노무현 대통령=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10월2일 남한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도보로 군사분계선을 넘었고 4.25문화궁전 앞 광장에 김정일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그는 회담 기간 인권유린 논란을 불러 일으킨 대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을 관람했다. 회담을 마치고 귀환하는 과정에서는 “개혁개방은 북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향후 정부는 관련 언급을 자제하도록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서 한국 정부가 기권하도록 지시했다.

②건강이상說에 시달린 김정일=김정일은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영접하기 위해 ‘4∙25문화회관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환영식에서 부자연스런 자세와 창백해 얼굴 기색을 보여 남한 언론에서 건강 이상설이 다시 불거졌다.

그는 정상회담 환송 오찬에서 “내가 마치 당뇨병에, 심장병까지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직접 해명에 나섰다. 지난 5월에는 베를린 심장센터 의료진으로부터 ‘풍선확장술’ 시술을 받았다는 해외 언론보도가 이어지기도 했다.

③김정일에 ‘친서’ 전달한 부시 미 대통령=북한 정권을 향해 ‘악의 축’이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던 미국 부시 대통령은 올해 초 북한과 대화 노선으로 급선회했다. 부시 대통령은 임기 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능화 시 테러지원국과 적성국교역법 해제를 공언했다. 그는 불능화와 핵 신고가 고착상태에 빠지자 김정일에게 ‘친서’를 보내는 성의도 아끼지 않았다.

④’말’ 때문에 ‘말’ 많았던 이재정 장관=이재정 장관은 “남북관계에서 상호주의 버려야 한다” “NLL은 영토개념이 아닌 안보개념” “북한은 북한대로 합리성이 있기 때문에 회담장에서 국제적 기준의 틀에 맞춰 따라오라고 요구하기 어렵다”는 등의 발언을 해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아리랑 공연에 대해서도 “그것을 인권학대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우리나라도 연극이나 공연에 어린이가 참여해 공연준비를 한다고 이것이 학대라고 보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국회 통외통위에서는 ‘1년 내내 이재정 청문회’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⑤미북 외교 메신저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 =‘북핵 협상은 힐로 통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북 협상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양국의 정치적 결단을 이끌어내는 데 힐 차관보 개인의 노력이 적지 않았다는 평가다.

2005년 초 2기 부시 행정부 출범과 함께 동아태 차관보로 발탁됐을 때만 해도 강경파에 밀려 북한과 직접 대화도 시도해 보지 못했다. 그러나 2007년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대화와 협상으로 급선회하면서 그의 역할이 도드라졌다.

올해는 두 차례나 방북해 북한 당국자를 만나 북핵 포기를 회유·압박했다. 벌써부터 내년 초 차관 승진설이 나돌고 있다.

⑥’꼿꼿 장수’ 김장수 국방부 장관=제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4∙25 문화회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행사에서 김정일과 머리를 숙이지 않는 ‘꼿꼿한’ 자세로 악수를 나눠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정치권과 언론을 뜨겁게 달궜던 서해 NLL문제에 대해서도 노무현 대통령과 이재정 통일부 장관 등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영토선이 아니다’라며 수정 가능성을 내비칠 때 “NLL 재설정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보수진영으로부터 ‘김 장관 때문에 그나마 다행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⑦완전통제구역 탈출한 신동혁=북한 인권운동 진영에서는 정치범수용소에서 출생해 22년간 수감 생활을 하고 탈출한 신동혁(24) 씨의 증언이 단연 화제였다. 그는 영국의회 증언, 북한인권 관련 국제회의, 각종 강연 등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증언하고 있다.

신 씨는 자신의 저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 완전통제구역 세상 밖으로 나오다』를 통해 “어머니와 형이 탈출을 시도했다 붙잡혀 공개 처형되는 것을 지켜봤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정치범 수용소’의 참혹함을 전세계에 알렸다.

⑧北남편 상봉 호소 레나테 홍=북한 유학생 남편과 결혼했다가 당국의 지시로 남편이 송환되자 홀로 46년을 살아온 독일 할머니 레나테 홍의 사연이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남편과의 추억이 어린 결혼 반지와 마른 꽃잎, 사진, 노트를 모두 간직하고 있는 홍 할머니도 벌써 일흔 살. 그녀는 남편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실낱 같은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홍 할머니는 올해 8월 방한해 “노무현 대통령이 남편과의 상봉을 위해 지원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노 대통령에게 직접 탄원서도 제출했다. 그녀는 직접 만나지 못한다면 화상 상봉이라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⑨김용옥 “이 양반(김정일)도 철학에 대단한 견해가 있다”=정상회담 기간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한 김용옥 씨는 “나도 사상가고 그(김정일)도 사상가다. 이 양반도 철학에 대단한 견해가 있다”면서 “나도 김위원장의 건강을 축원한다”고 말했다.

대집단 체조 ‘아리랑’에 대해서도 “아리랑은 쇼가 아니라 북한 주민의 삶”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주민이 갖고 있는 가치관이나 한국의 기독교적 가치관이나 사실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⑩김일성 동상 앞에 선 소설가 조정래=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의 일원이었던 조정래 씨는 서해갑문을 방문한 자리에서 방조제 건설 역사를 담은 비디오를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고 한다. 그는 김일성 동상을 방문했을 때 “우리가 체제는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 꽃송이에 담긴 인민의 순결한 마음 그 자체야 왜곡할 건덕지가 없지요”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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