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53주년 기념행사 이모저모

정전협정 53주년 기념행사가 27일 워싱턴 D.C.내 링컨 기념관 옆 한국전 참전비에서 딕 체니 미 부통령, 더크 켐손 미 내무부 장관, 이태식 주미대사, 한미 양국의 참전용사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특히 이번 기념행사에는 체니 부통령이 행사에 참석, 연설을 통해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고 한미동맹을 강조해 예년에 비해 많은 관심을 끌었고 의미도 부여됐다.

백발이 성성한 미국 참전용사들은 군복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가슴에 훈장을 단 채 아침 일찍부터 행사장에 나와 “자유에는 공짜가 없다(Freedom is not free)”라고 적힌 한국적 기념비와 한국전 당시 군인들의 모습을 담은 조각상들을 둘러보며 50여년전 낯선 이국땅에서 싸웠던 감회에 젖기도 했다.

이 행사에 매년 참석해온 미국내 재향군인회 5개 지회에서도 이날 80여명의 참전용사들이 ‘재향군인회’라고 적힌 조끼와 모자를 쓰고 참석, ‘변치않는 전우애’를 과시했다.

부인과 함께 행사에 참석했다는 한 미국인 참전용사는 “한국의 발전된 모습을 볼 때마다 한국전 참전 사실이 더욱 자랑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 한국전참정유공회 연규홍회장은 “미국 부통령이 참석해 연설하는 등 관심을 보여 기쁘다”면서 “한국과 미국이 혈맹임을 다시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체니 부통령의 참석을 환영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특별히 워싱턴을 방문한 박세직 재향군인회장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도 있었는데 체니 부통령의 참석은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 주변에는 한국전쟁에 유엔군의 이름으로 참전했던 22개국의 깃발이 게양됐고, 해당국가의 외교사절들도 참석, 눈길을 끌었다.

허버트 틸러리 워싱턴 D.C 부시장은 축사에서 워싱턴시가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이 날을 ‘한국전 참전 기념일’로 정한 사실을 밝히고 “워싱턴 D.C의 한국인들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미국사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식 주미대사는 ”한국전쟁 다시 미군의 희생과 기여 덕분에 오늘날 한국의 경제적 발전이 가능했던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밝힌 뒤 ”한국도 친구(미국)가 필요로 할 때 거기에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며 베트남전, 걸프전, 아프간 및 이라크전쟁 등에서 한국의 기여를 강조했다.

체니 부통령은 이날 10여분간 행한 기념사에서 한국전쟁을 ‘맨손과 소총만으로 싸운 전쟁’이라고 회고했던 한 노병의 말을 인용, 당시 극한 어려움 속에서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참전용사들을 기렸다.

체니 부통령은 또 한국전쟁에서 미군 3만6천명이 전사하고, 9만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아직도 8천명의 미군유해가 송환되지 않고 있음을 언급, ”미국은 마지막 한 명의 유해를 찾을 때까지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체니 부통령은 특히 ”조지 부시 대통령이 한반도의 밤을 찍은 위성사진을 본 적이 있다“면서 ”북한은 거의 암흑인 반면, 한국은 불빛이 휘황찬란하게 생동하고, 번영하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비교하면서 한국전에서의 미군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역설했다.

이어 체니 부통령은 자유와 진보가 한반도를 뒤덮는 날까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는 한미양국의 굳건한 군사동맹에 의해 지켜질 것“이라고 한미동맹을 강조하기도 했다.

체니 부통령은 그러나 이날 북한의 핵개발 및 최근의 미사일 발사 등 현안에 대해선 직접적,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계속적인 한반도 주둔 방침을 밝혔다.

체니 부통령은 이날 연설 도중 모두 6차례 박수를 받았으며, 중간에 헬기 소음으로 인해 연설이 방해를 받자 ”아마도 대통령이 탄 헬기일 것“이라고 재치있게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기념사를 마친 뒤 체니 부통령은 이 대사와 켐손 내무장관과 함께 한국전 참전비에 헌화했다./워싱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