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관의 ‘부적절한’ 시점과 ‘당연한’ 이야기

학교에서 잘못을 저지른 학생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학생은 “자꾸 나를 건드리면 학교에 불을 질러버리겠다”고 덤볐고, 일부 징계위원들은 “즉각 퇴학시키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일단 사태는 학생이 징계위에 출석하여, 과거의 잘못된 행동의 결과물을 전부 폐기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징계위원들도 학생을 퇴학시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조치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면서 징계위원들은 “이 학생이 과거에도 그런 행동을 한 전례가 있으므로 앞으로 재발을 방지할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자 학생은 “나는 학교를 다닐 권리가 있다”라고 떠들고 다닌다. 교실에 가서 다른 학생들에게 “세상에, 선생들이 나를 학교에 못 다니게 한다”고 아우성을 친다. 이건 논점을 한참 벗어난 발언이고 행동이다.

누가 학교에 다니지 못한다고 했나. ‘정상적인 학생’이라는 신뢰감을 먼저 분명히 보여주라는 것이다.

북한의 평화적 핵활동은 ‘포스트 6자회담’에서 논의될 내용

지금 북한의 이른바 ‘평화적 핵활동’이라는 것에 대해 말이 많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10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 문제는 6자회담의 주제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정답이다.

6자회담은 북한이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과 <제네바합의>의 기본 취지와 정신, 합의 내용을 깨고 비밀리에 핵개발 프로그램을 가동한 데서 시작했다. 따라서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벌하고, 다시는 그런 행동을 재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6자회담의 취지이자 목표이다.

북한에 평화적 핵이용권이 있냐 없냐는 그 뒤의 이야기다. 북한의 핵폐기가 분명히 증명되고 나서, ‘포스트 6자회담’에서나 논의될 이야기를 왜 지금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에 정동영 장관은 “북한에 평화적 핵이용권이 당연히 있다”고 말했다. 누가 모르나? 당연히 있다. 그런데 그런 당연한 이야기를 지금 왜 하는가?

이것은 “김정일은 사람이다”라는 말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누가 김정일이 사람인줄 모르는가? 그러나 김정일이 사람답지 않게 반인륜적 인권탄압을 계속하기 때문에 그 변혁을 촉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북한은 평화적 핵이용권이 있지만 지금껏 그것을 위반하였기 때문에 그 변혁을 촉구하는 것이 6자회담 자리다.

당연한 이야기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

정장관은 ‘당연한 이야기를 했는데 왜 그러냐’고 억울해 할지 모른다. 당연한 이야기도 부적절한 시점에 하면 부적절한 이야기가 된다.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마당에 “이 친구는 학생이다”라고 말하며 돌아다니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국내 언론도 문제다. 일단은 정장관이 부적절하게 발언한 탓도 있지만 원론적 수준에서 언급한 발언을 마치 한미간에 커다란 이견이라고 있는 양 보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마도 미국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고 한국은 그런 무리한 요구를 거절하는 자주성(?)을 보이고 있는 국면으로 만들어볼 요량인 것 같은데, 지금 공상소설을 쓰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언론의 상상이 만들어낸 그런 구도에 포퓰리즘적으로 편승해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을 운운할 간사한 정치인이나 학자들이 분명히 여럿 튀어나올 것이다.

양심이 있고 양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한 목소리로 “북한은 핵과 관련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라”고 외칠 때다. 북한이 6자회담의 성격을 흐리멍텅하게 만들기 위해 내놓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에 하나하나 응대해줄 필요도 없다. 북한이 ‘평화적 핵 이용권’을 이야기하면 평화적으로 이용하지 않았던 전례를 따지고 들면서, 시쳇말로 “잔말 말고 핵이나 폐기하라”고 꾸짖을 때다.

덧붙여 정장관 뿐 아니라 한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은 자신의 발언이 가져올 정치적 무게를 재삼 생각해고 발언하길 당부한다. 어디 가나 ‘입조심’을 해야 하는 요즘 세상이다.

곽대중 논설위원 big@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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