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음식 관련 당국 강연에 북한 주민들은…

정월대보름을 맞아 대형마트나 동네 구멍가게에도 오곡밥재료 등 대보름 음식재료들이 한가득 마련해 놓았다. 한국에 정착한 지 3년째로 들어서는 탈북자 김영애(40·가명) 씨도 올해 정월대보름을 맞아 음식 장만을 하기 위해 마트와 전통시장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탈북자 친구와 함께 갖가지 음식 재료를 한바구니 가득 사들고 집으로 향하던 김 씨가 먼저 “북한에서 살 때 정월대보름날이면 음식 만들 재료들이 없어 속을 태우던 때가 생각난다”고 말하자 친구는 “주민들이 듣지도 않는데 몇 시간씩 정월대보름 음식에 대해 강조한 학습은 지금 생각해도 지겨웠다”고 답했다.


북한은 지난 2000년대부터 김정일의 지시로 음력설, 대보름, 청명, 단오, 추석을 민속명절로 쇠기 시작했다. 북한 당국은 정월대보름이 오면 여맹원들을 대상으로 음식을 만드는 방법 등을 학습, “사회와 가정들에서 정월대보름을 뜻깊고 즐겁게 쇠게 된 데는 민족적 전통을 귀중히 여기시고 발전시켜주신 경애하는 장군님의 은혜로운 손길이 뜨겁게 어리여 있다”고 선전한다.


또 정월대보름 음식인 오곡밥과 더위를 막을 수 있다는 마른 도라지, 호박오가리, 말린 고춧잎, 고비, 고사리, 고구마순, 무오가리, 더덕, 버섯, 취, 등 9가지 마른 나물반찬, 귀밝이술, 이를 튼튼히 한다고 믿는 엿, 명길이 국수 등에 대해 소개한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항상 시큰둥하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말이다.


주민들은 “재료만 있다면 어떻게 해먹던 알아서 잘 해먹지 않겠나, 한가하게 앉아서 그런 소리를 들을 마음이 아닌데 이 시간(학습·강연 시간)에 장사를 하면 반찬 몇 가지를 살 수 있는 돈을 벌겠다”면서 당국의 선전을 비꼰다고 탈북자들은 말했다.


가정의 생계를 대부분 여성들이 책임지고 있는 실정인 북한 주부들은 정월대보름이 오면 바쁜 일상을 보내는 데 당국의 선전은 현실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다는 말이다. 식구들과 명절날 먹을 음식재료를 마련하려면 다른 때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하기 때문에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까지 시장 등에서 노심초사한다.


여러모로 짜증을 받은 여성들도 정월대보름 저녁에 떠오르는 달을 보면서 가난이 물러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새해 풍년이 들기와 건강하고 걱정 없이 잘 살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기도 한다.


퇴비과제도 해야 되는 주민들은 이 시기 생계자체가 ‘전투’로 불릴 만큼 여유롭지 않다. 그런데다 1월과 2월은 연속 명절이 있어 주민들은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다.


한편 북한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13일 정월대보름관련 김정일을 찬양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북한은 해마다 정월대보름이면 주민들이 달맞이하는 주민들의 모습 등을 내보내며 ‘행복한 인민상’을 선전하며 이를 김정일의 인민을 위한 사랑에 의해 이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