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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의 잠재적 대선 후보로 거론돼 온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30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고건 전 총리에 이어 범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떠올랐던 정 전 총장마저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뚜렷한 대선 후보를 내지 못하는 여권의 위기감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총장은 질문을 받지 않고 5분간 차분한 어조로 읽어간 성명을 통해 대선 출마 포기의 변을 대신했다. 그는 대선 불출마 선언까지의 결정적인 이유로 정치세력화 형성의 한계를 들었다.
정 전 총장은 “존경하는 분들로부터 나라의 앞날이 걱정되는 이 시기에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지식인이 책무라는 말씀을 들었다”며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에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난 몇 달간 정치 참여를 신중하게 고민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많은 생각 끝에 제가 내린 결론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제게 그럴 만한 자격과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는 비전과 정책 제시만이 아니라 이를 세력화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며 “여태껏 그런 세력화 활동을 이끌어 본 적이 없는 저는 국민들 앞에 정치 지도자로 나설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차분하게 정치 참여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저의 고민이 정치적인 계산과 소심함으로 비추어지는 경우도 있어 안타깝기도 했다”며 그동안의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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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전 총장측 대리인인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일문일답을 통해 불출마 선언 배경과 관련 “정 전 총장은 지식인으로서 몸가짐과 정치인으로서 몸가짐, 양자 사이에서 접점을 찾으려 했으나 그 노력이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 공식 선언에 따라 그의 정치 참여를 통해 지지부진한 상황을 돌파하고 새판짜기를 시도하려 했던 신당 창당 세력을 비롯한 범여권의 정계개편 작업에 큰 타격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그간 정 전 총장을 ‘범여권 드림팀원’으로 꼽아왔던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측은 정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 소식에 “안타까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손 전 지사는 정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날 오후 2시 ‘선진평화포럼’ 발족을 계기로 본격 대선 행보를 향한 첫 발을 내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