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택씨 생존시 장남 편지 받아

지난달 30일 사망해 북한으로 시신이 송환된 비전향장기수 정순택 씨의 장남이 아버지의 생존시 편지를 보내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7일 인터넷 매체 자주민보에 따르면 김책공업종합대학(김책공대) 교수인 정씨의 장남 태두씨는 지난 8월20일 독일을 통해 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내 45년간의 애절한 그리움을 토로하고 북쪽 가족의 근황도 상세히 전했다.

자주민보는 당시 편지를 공개하고 싶었지만 혹여 송환에 문제를 일으킬까 우려해 보류했었다고 밝혔다.

태두씨는 편지에서 “긴긴 세월 차디찬 감방에서 청춘을 다 빼앗기고 환갑, 진갑, 팔갑을 다 넘긴 아버지가 돌아오시면 이제껏 못다한 효도를 다 하자고 저와 아내는 손꼽아 그날을 기다렸습니다”라며 “수십년 세월 기다려온 아버지를 이렇게 글로 불러보니 가슴이 아프고 찢어질 것만 같습니다”라고 애타는 심정을 드러냈다.

특히 북송된 비전향장기수들로부터 아버지의 소식을 전해들은 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간절해졌다며 “수십년을 기다려온 아버지가 돌아오시지 못한, 분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어떻게 다 표현하겠습니까”라고 비통해했다.

태두씨는 북쪽 가족의 근황과 관련, 어머니(정순택씨 아내)가 정년 퇴직을 하기 전까지 공산대학을 졸업하고 평양학생소년궁전에서 근무했으며 자신은 김책공대를 졸업하고 이 대학 학부장으로 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정씨가 남파될 때 ’코를 흘리던’ 둘째 태삼씨는 김책공대를 나와 과학원 연구사로, ’찔통꾼’(말썽꾸러기)이던 셋째 태성씨는 평양 김철주사범대학 졸업 후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간부를 거쳐 현재 중앙급 기관 간부로, 아버지가 떠난 후 태어난 막내 태건씨는 조선기록과학영화촬영소 녹음기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고령의 아버지가 조국통일을 위해 이남 땅을 종횡무진하시며 투쟁을 하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라며 “자식으로서 아버님께 긍지를 가지고 격려의 인사를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비전향장기수들을 다 데려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장군님께서 계시기에 아버지는 꼭 돌아오십니다. 돌아오시는 그날까지 백번 건강에 주의를 돌리시고 힘차게 투쟁해 주십시오. 조국이 아버지를 기다리고 저희 자식들이 강자가 되어 돌아오실 아버지를 기다립니다”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남쪽에 있는 고모 정희씨와 사촌형제들, 아버지를 돌봐준 ’영남의 여인’, 치료를 도맡은 여의사 등 “여러 선생님들에게 이 아들과 며느리, 손자, 손녀의 인사를 전해주십시오”라고 부탁하며 “통일의 그날 꼭 고마운 분들을 찾아뵙고 큰 절을 드리겠습니다”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충북 진천이 고향인 정씨는 1948년 상공부 공무원으로 재직 중 월북해 북쪽에서 기술자격 심사위원회 책임심사원으로 일했으며 1958년 남파됐다 체포된 뒤 1989년 12월 전향 후 가석방될 때까지 31년 5개월 간 복역했다.

정씨는 1999년 전향 철회를 선언하고 6.15 공동선언 직후인 2000년 9월 1차 북 송 당시 북송을 희망했지만 전향자라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된 채 최근까지 암으로 힘겨운 투병 생활을 해왔다.

북한은 지난 2일 정씨의 시신을 우리의 국립묘지에 해당하는 평양 신미리 애국열사릉에 안치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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