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南北관계에 미칠 파장은

고(故) 노무현 전(前) 대통령과 김정일 간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공개돼 여야 간 공방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회의록 공개가 향후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북한은 회의록 공개가 남북 간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로 규정하고 정치공세를 펼 가능성이 높다. 다만 회의록 내용 자체가 북한에 불리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고, 현재 남북관계가 대화 국면도 아니기 때문에 남북관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남북이 대화를 원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대화 재개에 하나의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과거 남북대화 비밀접촉 내용을 공개한 적이 있은 만큼, 이를 빌미로 남북관계를 경색시키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데일리NK에 “남북관계에서 하나의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회의록 공개 자체가 경색국면으로 가는 주요인은 아니다”면서 “현재의 남북관계 경색 주원인은 북한의 적대 전략에서 나온 것으로 회의록 공개가 국면을 악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도 “남북대화가 잘 되고 관계가 좋은 상황에서의 회의록 공개로 남북관계가 악화될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시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대화가 서로 필요하다고 공감하고 있다면 대화를 재개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기관 연구위원은 “김정일을 모독한 것도 아니고, 어찌 보면 북한이 하고 싶은 말을 공개한 것인데 이것 자체로 남북관계가 제동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향후 남북대화가 북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을 경우 회의록 공개를 빌미로 대남공세를 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 연구위원은 “이번 회의록 공개로 북한에게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는 정치적 공세와 남남갈등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책기관 연구위원도 “북측이 원하는 대화가 되지 않거나, 우리 측에서 정치공방 와중에 김정일에 대한 모독성 발언이 나오면, 이 문제를 핑계 삼아 남북관계를 경색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상회담 대화록이 공개된 이상 남북대화에서 양측이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남북대화에서 전략적·정치적 결단이 필요할 때 소신 발언을 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또한 남북관계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정상 간 대화 내용을 공개한 것은 외교적 관례를 깨는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