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소식에도 차분한 北-中 국경도시 단둥

10일 중국 단둥(丹東)에는 아침부터 비가 쏟아져 내렸다. 특히 이날은 압록강대교 수리 명목으로 열흘 간 철도를 제외한 육로 운송이 중단되는 첫날이라 평소같으면 단둥과 신의주를 오가는 인원과 각종 차량으로 북적거리던 커우안(口岸.국경출입구)마저 문을 닫아 정상회담 소식에 들떠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단둥은 아주 차분한 분위기였다.

이날 오전 단둥의 압록강철교가 내려다 보이는 사무실에 만난 한 중국인 대북사업가는 “정상회담이 단둥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고 묻자 뜻밖에도 “솔직하게 말해 어떤 합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번복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2002년 신의주 특구를 만든다고 했을 때도 그랬고 특히 2000년 남북 정상회담도 합의가 제대로 실행된 것이 뭐가 있느냐”며 “제2압록강대교 건설도 북중 양국이 원칙상 합의했지만 아직까지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오랜 기간 ‘변덕스러운’ 북한을 상대하면서 체득한 ‘학습효과’는 돈지갑을 쉽게 풀지 않는 중국인 장사꾼들을 더욱 신중하게 만들어 놓은 셈이다.

하지만 최근 평양에서 건너온 각 외화벌이 일꾼들이 단둥으로 건너와 중국인 사업가를 상대로 신의주에 투자를 권유하는 제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둥시 정부의 한 투자유치 담당공무원은 “최근 평양에서 사람들이 넘어와 신의주 투자를 재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들은 ‘조만간 신의주에 뭔가 큰 정책이 나온다면서 서두르지 않으면 좋은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며 우리측 투자자를 설득하고 있지만 아직 호응은 크지 않다”고 귀띔했다.

북한과 10년 이상 거래를 해온 중국인 D씨도 “올해 들어 조선(북한)측으로부터 내가 설비와 자금을 대는 조건으로 신의주에 돌공장을 세우자는 제안을 수 차례 받았다”며 “조선측 대방(파트너)은 아파트를 지으려면 석재가 대량으로 필요하다며 돌공장 설립을 강력히 제안했지만 전망이 불투명해 거절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는 성사 단계에 이르기도 했다. 압록강철교를 기준으로 상류쪽에 위치한 북중 공동관리수역의 한 섬에 호텔을 건립하는 계획은 중국 정부의 승인만 남겨둔 상태. 통상 중국 정부에서 허가를 하더라도 북한의 동의를 받지 못해 공사가 지연되거나 무산되기도 했던 사례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만들 정도였다.

지난 7월초부터 압록강철교 부근에서 대대적인 골재채취 작업을 벌여 눈길을 끌었던 북한의 채취선들은 지금은 하구쪽으로 내려와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단둥시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조선에서 모래를 채취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의를 제기했다”며 “양국 합의에 따르면 시내구간을 지나는 곳에서는 모래를 채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왜 계속 모래를 퍼내고 있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준설이라고 보기에는 작업 수역이 수심이 얕은 신의주쪽 강변이 아닌 비교적 수심이 깊은 중국측에 가까운 곳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졌다.

강에서 퍼낸 골재를 선박이 다시 하구쪽으로 실어 나르지 않고 있어 외국에 내다 팔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단둥시 정부 관계자는모래를 신의주쪽 강변에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있는 점으로 미뤄 건설에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가운데 단둥의 모습만은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하고 있다.

신의주에서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불과 600m 떨어진 웨량다오(月亮島)에 들어선 복합 리조트단지는 지난달 ‘징판자녠화(江畔嘉年華)’에서 ‘서울불야성(首爾不夜城)’으로 이름을 바꿨다. 리조트에 들어선 상가와 별장촌, 아파트단지에 한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이겠다는 목적에서다.

웨량다오는 압록강에서 몇 안되는 중국 소유의 섬 중 하나. 섬 주변에서 축대를 쌓고 리조트를 건설할 때 북한측에서 협정 위반이라고 이의를 제기해 공사 중단되는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곳이라 서울을 이름으로 딴 리조트가 들어선다는 것 자체가 역설적으로 느껴졌다.

분양사무소의 한 중국인 여직원 장(張)모씨는 “한국인 투자자를 끌어 들이기 위해 중국인보다 10-20% 싼 가격으로 분양을 하고 있다”며 “이미 제일 규모가 작은 120㎡짜리 아파트는 분양이 끝났고 현재는 160㎡과 180㎡만 분양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곳의 아파트 가격은 분양가가 1㎡당 4천위안(약48만원) 안팎이다. 신의주가 손에 잡힐 듯한 강변에 자리잡은 별장형 주택의 가격은 1㎡당 8천위안(약96만원)-8천800위안(약105만원)을 호가한다. 아파트 분양가는 단둥보다 큰 선양(瀋陽)과 비슷하고 별장가격은 베이징(北京)의 어지간한 아파트 가격과 맞먹는 수준이다.

장 씨는 “오래 전부터 북조선이 개방된다 어쩐다 소식은 있지만 지금은 그것과 상관없이 강변에 위치한 아파트는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추세”라며 서둘러 구입을 권유했다.

단둥시 개발구에는 압록강을 바라보는 위치에 5성급 규모의 대형호텔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었고 그 인근에서도 또다른 대형 호텔 신축공사가 한창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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