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범여권 지지세 회복에 약발 없다

지난 10월 2일부터 평양에서 시작된 남북정상회담은 2차 회담이라는 운명 때문에 만남 그 자체만으로 의미를 가졌던 지난 2000년의 회담과는 근본적인 차이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합의문을 비롯한 구체적인 성과물이 있어야만 의미를 가질 수 있고 나아가 국민적 관심도 끌 수 있다.

오늘 채택 발표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하 ‘선언’)’은 이번 정상회담이 애초의 예상대로 별 실속이 없었으며, 그 결과 국내정치에 대한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우선 8개항으로 구성된 ‘선언’은 전반적으로 기존 남북대화에서 상투적으로 되풀이 된 원칙적인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마치 90년대 초반의 범민족대회 선언문을 연상시킬 정도이다.

국민들의 주요 관심사인 북한의 핵포기에 대해서는 기존 6자회담 보다 더 진전된 입장을 끌어내지 못하였으며, 납북자와 국군포로 등의 생사확인과 송환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아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이산가족 상봉 등에 있어서도 국민들의 기대수준을 충족시킬만한 선물이 없다.

정부가 강조해온 남북경협에 있어서도 북한의 개혁개방을 강화할 수 있는 조치나 투자여건 개선 등 구조적 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나아가 새롭게 제안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조선협력단지 건설 등 구체적인 실행이 필요한 일부 사항들은 대통령의 임기가 3개월여 남은 상태라서 그 구속력이 의심될 수밖에 없다.

한편 이번회담의 주 의제로 주목을 끌었던 평화체제와 관련된 ‘종전선언을 위한 정상회의 추진 합의’는 평화체제가 상징적 선언으로는 실질적 진전을 이루지 못한다는 치명적 약점이 이미 지적된 바 있기 때문에 그 현실성이 매우 의심된다.

이번 정상회담은 남북관계의 개선이라는 측면에서도 기존의 행보에서 별로 나가지 못했지만, 집권여당에서 기대해마지 않던 국내정치에서의 지지세 회복이라는 효과도 난망으로 보인다. 고이즈미 전 일본수상이 납북자 일부를 귀환시켜 큰 지지를 받은 것처럼 분명한 선물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처음부터 북한의 페이스에 끌려 다니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결과적으로 김정일 독재체제의 안정화에 이용만 당하고 말았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되었다. 특히 수령독재를 찬양하는 아동 학대극인 ‘아리랑’ 공연의 관람은 철권통치에 신음하는 북한주민들에게 두고두고 고개를 들기 어려운 잘못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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