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김정일 ‘핵 비즈니스’에 이용될 소지 커”

[동아일보]한반도전문가 릴레이인터뷰<4>이반 모스크바 세계안보연구소장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단발성 행사를 통해 향후 핵무기 철폐로 받게 될 보상을 극대화하려 할 것입니다.”

이반 사프란추크 모스크바 세계안보연구소장은 13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의 ‘핵 비즈니스’에 이용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면 북한 핵무기의 불능화 조치에 속도가 붙을 것인가.

“그렇게 예상하지 않는다. 북한은 핵무기를 체제붕괴 방지용으로 개발했다. 선의로 해석하면 북한은 체제 안전을 확보할 때까지 완전한 불능화 조치를 미룰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북한은 핵무기 이외에는 다른 나라와 협상을 벌일 소재가 없다.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핵 비즈니스는 계속될 것이다.”

―북한 핵시설 폐쇄에 이은 2단계 조치(핵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신고)에 대한 논의를 앞두고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한과 북한이 각각 기대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남한은 불능화 조치를 빨리 이끌어 내려 할 것이고 북한은 보상 요구 수준을 높이려 할 것이다. 그렇지만 양자가 이 부분에서 일정한 수준의 합의에 이르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에서 경수로 문제를 꺼낸 것을 볼 때 북한의 요구 수준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 수준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층 더 올라갈 것이다.”

―북한은 보상 수준을 높이기 위해 어떤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가.

“당분간 북한은 고농축우라늄(HEU) 시설 신고 및 핵 불능화 이행 시기 문제를 이용해 보상 수위를 높이려 할 것이다. 상황이 불리하다고 판단하면 핵무기와 군축 문제의 연계 등 남한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를 꺼내 협상력을 한층 높이려 할 수도 있다.”

―북한의 ‘핵 비즈니스’는 남한과 북한의 경제협력에도 이용될 것으로 보는가.

“남북 정상이 이 문제에 대해 선을 그은 것은 없다고 알려졌다. 핵 불능화 문제가 의제로 채택될지도 불분명하다. 남한 정부는 경협을 확대하는 문제와 핵 불능화를 하나의 범주에서 논의하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경협과 핵 폐기가 다른 범주라고 주장할 것이다. 사실 한반도 비핵화는 6자회담의 성과물로, 한반도 주변국의 지원 문제 등이 걸려 있기 때문에 남북 정상이 만나도 풀기 어려운 문제로 여겨진다.”
―러시아 외교부가 ‘남북 정상회담 과정과 결과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러시아는 남북 정상회담이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일단 환영을 나타냈다. 러시아는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묶여 있던 북한 자금을 송금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남북 정상회담에서 러시아를 배제한 남한 북한 미국 중국 4자회담 문제가 합의된다면 러시아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 러시아는 한반도 안보 문제에서 핵심적인 역할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정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무엇을 기대하는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비록 임기 말이지만 러시아 극동 개발에 상당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이규형 신임 주러 한국대사의 신임장을 받는 자리에서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 문제를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러시아는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철도 연결 문제를 의제로 채택할 것을 남북한에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가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주선했다거나 회담 장소를 러시아 영토로 제의했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확인되지 않은 정보다. 러시아 극동지역 군사기지를 남북 정상회담 장소의 하나로 제안했다는 얘기도 나돌았으나 역시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소문이었다. 러시아의 극동 진출 의욕과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추측성 소문으로 보인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이반 사프란추크

1998년 국립모스크바 국제관계대를 졸업하고 크렘린의 외교 안보 싱크탱크인 러시아 정책연구소의 연구원을 지낸 소장파 학자. 핵무기와 제3세계 군축문제 전문가로 월간지 ‘에너지 빅 게임’을 발간하고 있다. 2001년부터 모스크바 세계안보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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