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서 ‘New 김정일 이미지’ 나오나?

▲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직접 영접한 김정일

2000년 이후 7년만에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은 어떤 모습으로 재등장 할 것인가?

김정일은 지난 7년간 중국 방문과 방북 외교 일행 등을 영접하는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육성과 제스춰가 담긴 영상은 6·15남북정상회담 때가 처음이자 유일했다.

홈그라운드인 ‘평양’에서 남한 대통령을 두 번째로 맞는 김정일이 이번에는 어떤 ‘이벤트’로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일이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보여준 모습은 파격에 가까웠다. 김정일은 전세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2박 3일간의 회담 기간 중 ‘베일에 싸인 은둔형 독재자’라는 자신의 이미지를 ‘여유 있고 솔직담백한 지도자’로 바꿔내는데 성공한다. 당시 김정일의 2박 3일 행적을 추적해보자.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대중 영접=김정일은 ‘남한의 민주화를 이끈 인물’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김 전 대통령을 평양으로 불러들여 자신을 ‘상봉’하게 함으로써 스스로의 대내외적 위상을 높이는 한편 미국 등 서방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지렛대로 삼았다.

김정일은 등장부터 누구도 예상치 못한 극적인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김정일은 보통 외교장관이 나서는 정상외교 공항의전 관행을 깨고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직접 영접했다. 그는 김 대통령을 자신의 승용차에 동승하도록 한 다음 김 대통령의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까지 안내했다.

60만 명의 평양 주민을 도로에 배치해 김 전 대통령에 대한 대규모 환영인파를 조성하기도 했다.

이후 김정일은 2박 3일이란 짧은 기간동안 특유의 연출력으로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색하는데 성공한다. 6월 14일 밤 남북공동선언 서명 뒤에는 샴페인과 와인을 ‘원샷’으로 비우며 호탕한 지도자의 모습을 연출했다. 여기서 그의 몇 가지 발언을 살펴보자.

“구라파에서 나를 은둔생활 한다고 말했다는데, 나는 그동안 외국에도 많이 다녔습니다. 이번에 김 대통령이 찾아오셔서 나를 은둔에서 해방시켜 주었습니다.”

“국수는 맛있게 드셨습니까? 국수는 너무 급하게 자시면 맛이 없습니다. 시간 여유를 갖고 천천히 잘 드시기 바랍니다.”

“남한 테레비 어제 오랫동안 봤습니다. 남쪽의 MBC도 보고. 남쪽 인사들도 다 환영하고 특히 실향민, 탈북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이번 기회에 고향소식이 전달될 수 있지 않냐 하면서 속을 태웁니다.”

“(이희호 여사가 헤드테이블이 아닌 앞쪽 일반 참석자 테이블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김 대통령을 향해) 왜 우리(김 대통령과 이 여사)를 이산가족으로 만들려고 하는냐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연회장에서까지 이산가족 만드느냐. 그래서 김 대통령께서 이산가족에 관심이 많으신 모양이다.”

※ 2000년 남북정상회담 영상 <출처 www.cinax.com>

김정일은 이 같은 발언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바르고, 외국 여론에도 관심이 많으며, 재치까지 겸비한 ‘말이 통하는 지도자’라는 인상을 남기기 충분했다. 또한 시종일관 여유 있는 태도와 호탕한 미소로 회담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

▶의도적으로 연출된 ‘6·15회담’=그러나 김정일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그가 6·15 남북정상회담에서 보여준 모습이 철저히 기획된 연출의 한 부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김정일은 선전에 능하다. 김정일의 통치술 중 하나가 신비감을 조성하는 것이다. 극도로 통제된 대중노출과 그를 통한 신비감 조성, 카리스마의 조작은 바로 김정일을 오랫동안 권좌에 머물게 한 노하우라고 할 수 있다.

북한 주민들조차도 북한인민군 창건 60주년을 맞는 92년 4월 25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 때 김정일의 육성을 처음 들었다.

그런 그가 남한과 전세계를 상대로 은둔이 아닌 파격적인 노출로 허를 찔렀다. 김정일은 항상 허를 찔러 그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데 재주가 있다.

전문가들은 김정일이 자신의 육성과 개방적인 모습을 스스럼 없이 남한과 전 세계 언론에 공개함으로써 체제 안정에 대한 자신감과 지도자로서의 여유를 과시했다고 평가했다.

상상을 뛰어 넘는 환대에 김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이야기가 되는 사람이다. 노벨상을 공동수상하지 못해 유감”이라며 극찬을 쏟기도 했다.

6·15 남북정상회담은 55년간 북한의 지도자를 ‘두려운 존재’로 인식했던 남한 주민들의 인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오죽하면 ‘김정일 신드롬’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였다.

김정일이 입었던 ‘인민복’ 점퍼와 선글라스가 인기리에 팔렸고, 인터넷에는 ‘김정일 팬클럽’류의 사이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한편, 오는 28일 2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노무현(61세)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김정일(65세)보다 젊은 나이에 언변 실력과 순발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노 대통령 특유의 직설 화법이 김정일에게 통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일부에서는 김정일의 심기를 자극할 수는 과감한 멘트도 할 수 있다고 본다. 임기를 6개월 남긴 ‘역발상’ 대통령과 30년 독재 권좌를 지켜온 ‘최고지도자’간의 만남이라는 이벤트가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줄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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