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WFP 요청 수락하고 ‘모니터링 묘안’ 짜라

24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북지원 문제를 놓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 20일 우리 정부에 6천만달러의 대북 지원용 재원을 요청한 바 있다.

정부가 고민하는 대목은 대북지원에 대한 국민여론과 인도주의 지원이 자칫하면 충돌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란다.

그동안 정부는 북한의 지원요청이 없더라도 식량사정이 심각하거나 재난 상황일 경우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또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지원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사살사건이 발생한 후 대북 여론이 악화되면서 상황이 다소 달라졌다. WFP를 통한 지원에도 신중해진 모양새다. 홍양호 통일부 차관은 WFP를 통한 지원에 대해 “최근 남북관계와 관련된 국민여론을 많이 중시하고 있다”고 22일 평화방송 인터뷰에서 밝혔다.

하지만 대북 인도적 지원문제와 금강산 민간인 관광객 사살사건 진상조사 문제는 별개로 다뤄야 한다.

박왕자씨 피살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요구는 공식, 비공식 채널을 통해 또 국제공조를 통해 끊임없이 북한당국을 압박해야 한다. 민간인 관광객 사살사건은 전적으로 북한군이 잘못했기 때문에 진상조사 요구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끊임없이 제기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 식량지원은 문자 그대로 굶고 있는 북한 주민을 위한 인도주의 지원이다. 박왕자씨 사살사건은 북한당국의 잘못이지, 굶고 있는 주민들의 잘못이 아니다. 따라서 이 두 사안은 별개로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비록 ‘정서적’으로는 못된 짓을 한 북한에 식량을 주기 싫지만, 합리주의 관점에서 보면 진상조사는 북한당국에 요구해야 하는 것이고, 식량은 북한주민들에게 주는 것이다. 북한당국이 잘못한 것은 집요하게 문책하고, 북한주민들에게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이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김정일 정권과 2,300만 주민들을 갈라치기 하는 것이다.

WFP를 통한 지원에도 식량 포대에 ‘대한민국’이라는 글자를 넣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WFP와 별도로 협의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지원식량이 정확히 북한 주민들에게 분배되는 것이고, ‘남조선 동포’들이 준 식량이라는 사실이 주민들에게 전달되면 된다. 따라서 정부는 적절하고 합리적 수준의 식량을 WFP에 지원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모니터링을 할 때 대북지원 단체들을 WFP에 함께 참여시킬 수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인도주의 대북 식량지원은 ‘주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수혜자가 되도록 하는, ‘잘 주는 것’이 목적이다. 대북지원의 원칙은 ‘퍼주기’가 아니라 ‘잘 주기’가 되어야 한다. ‘퍼주기’는 김정일 정권에게 도움을 주지만 ‘잘 주기’는 북한 주민들에게 도움을 준다.

지난 5월 우리 정부가 옥수수 5만 톤 지원을 북한당국에 타진하자 북측이 이를 거부한 바 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국가정보원과 남한의 민간 대북방송은 이 사실이 북한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다시 말해 ‘남측 동포들은 북한주민들에게 인도주의 지원을 하려고 하는데, 김정일 정권이 반대해서 못주고 있다’는 사실을, 과장할 것도 없이 있는 그대로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방법이 당장에는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지 몰라도, 지속적으로 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우리가 김정일 정권을 능동적으로 다뤄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여튼, WFP의 대북지원 요청을 받고 정부가 얼마만큼 고민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WFP를 통한 인도주의 지원을 수락하는 것이 옳다. 다만 지원 수준은 합리적인 선에서 결정해야 하고, 무엇보다 모니터링 강화를 위한 묘안을 짜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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