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WFP 대북지원 요청 받아들일까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한국정부에 대북 식량지원을 공식 요청했지만 우리 정부가 이를 수용할 지는 불투명하다.

WFP는 20일 통일부에 ‘북한 취약계층 긴급 지원을 위한 곡물과 생필품 구입을 위해 6천만 달러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한국정부가 대북 긴급지원 사업에 재원을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한다’는 서한을 보내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WFP의 지원 요청을 공식 접수하고 지원 여부에 대해 관계부처와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동안 순수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은 북핵 등 정치적 문제와 관계없이 인도주의 차원에서 추진한다는 원칙 하에 북한이 지원을 요청해오거나 북한 주민의 식량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확인될 경우 국민여론을 감안해 지원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특히 정부는 식량지원을 포함한 대북정책 결정에 있어 국민여론을 최우선 고려 대상으로 삼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정부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으로 국민들의 대북 감정이 굉장히 악화돼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당장은 WFP의 식량지원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받아들이더라도 충분한 검토를 거쳐 소규모 지원 결정을 내릴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최근 정부 고위 당국자 역시 “많은 국민들이 현상황에서 북한에 지원해주는 것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거나 “금강산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 누가 북한에 쌀을 주자고 용감하게 나설 수 있겠느냐”고 말해 부정적인 기류를 내비친 바 있다.

실제 정부는 현재 북측에 금강산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단 방북 수용을 촉구하면서 이미 예정돼 있던 대북 물자 제공과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지원 논의를 보류하고 지자체의 대북 지원성 교류협력사업도 자제시키고 있다.

또 현 남북관계 상황과 국민정서를 이유로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을 위한 대규모 방북도 만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지원은 직접지원에 비해 행정비용이 많이 들고 지원이 되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WFP의 지원 요청 금액에 대한 정부의 해석도 이목을 끌고 있다. 정부는 WFP가 언급한 6천만 달러가 국제사회 전체에 대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지만 WFP는 6천만 달러를 한국 정부의 부담분으로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천만 달러는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600억원 정도인데 지금까지 국제사회를 통한 지원은 보통 200억원 수준으로 WFP의 이같은 요청은 전례없이 많은 규모라는 것이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번에 WFP의 요청을 받아들여 경색된 남북관계의 돌파구로 삼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이번 건은 순수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 문제이기 때문에 남북관계와 연계하려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는 반응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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