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WB기금 출연, 대북 지원만 목표한 것 아냐”

기획재정부는 26일 ‘정부가 세계은행(WB)에 대규모 북한지원협력기금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 기금 출연 계획은 사실이나 대북 지원만을 목표로 한 건 아니란 입장을 밝혔다.

재정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가 현재 세계은행 출연을 추진하고 있는 기금은 ‘(가칭)취약국지원기금(Fragile State Fund)’으로, 국제금융기구를 통한 대외공적원조개발(ODA) 지원의 일환으로 행해지는 것”이라며 “세계은행 회원국 중 북한을 비롯한 최빈국 지원을 위해 마련된 기금”이라고 밝혔다.

‘북한만’을 위한 기금은 아니라는 셈이다. 그러나 재정부가 “향후 대외 여건 변화에 따라 세계은행의 직·간접적인 북한 지원이 가능한 시점이 되면 이 기금이 북한 지원에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 앞으로 북한이 세계은행 등에 가입할 경우 해당 기금 중 일부가 지원 용도로 쓰일 가능성은 부인하지 않았다.

재정부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에 세계은행 기금 출연자금으로 99억 원이 반영돼 있다. 재정부는 이 기금을 신탁기금 형태로 세계은행에 출연, 최빈국 지원에 나서고 북한의 세계은행 가입 전후 등 환경의 변화에 맞춰 단계적으로 대북 간접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가 북한 지원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지난 달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조치에 따른 미·북 관계 개선 움직임과 향후 재개될 북핵 6자회담 진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의 ‘비핵·개방·3000’구상에 따른 단계별 대북 지원 전략에 따른 행보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개성관광 중단 및 개성공단 상주인원 제한 등 초강경 대남정책을 취하면서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긍정적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다.

재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북한이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기 전에는 일단 체제전환국 사례 분석 등 향후 북한 경제 지원을 위한 사전 준비에 주력하고, 상황 진전에 따라 통계인프라 구축, 북한 공무원 교육훈련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북한이 회원에 가입하기 전이라도 세계은행 이사회의 승인이 떨어지면 기금을 다른 회원국의 참여를 통한 ‘특별 신탁기금’으로 확대하고 비회원국에 대한 세계은행의 지원 사업 선례를 감안해 경제 재건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을 돕기로 했다.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한 뒤에는 차관과 양허성 자금이나 세계은행 회원국들의 다자 기부펀드 등을 통해 경제·사회 인프라 건설을 본격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재정부는 아울러 올해 처음으로 시작한 북측 인사들에 대한 시장경제 교육사업을 내년에도 계속하기로 했지만 내년 예산으로는 올해보다 15% 줄어든 2억5천여만 원을 잡아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