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PSI ‘해법찾기’ 골몰

“궁극적으로 동맹과 적을 가르는 행위가 될 텐데..”
정부가 미국이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핵실험까지 강행한 북한을 응징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발맞추고 특히 미국의 요구를 감안해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검토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는 있지만 국내적으로 여야간, 당정간 갈등이 맞물리면서 복잡미묘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의 의도는 지난 19일 한미 외교장관회담이 끝난 뒤 진행된 공동기자회견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입을 통해 전달된데 이어 21일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SCM)에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통해 직접 확인됐다.

라이스 장관은 기자회견 모두 발언을 통해 “유엔안보리 결의안 1718호를 어떻게 실행에 옮길지 한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짐짓 한국 입장에 대한 이해를 표시하는 것으로 들렸지만 그는 이내 “북한이 핵무기나 핵 물질을 제3자에게 이전하지 못하도록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PSI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라이스 장관이 무엇을 말하려 했는 지는 분명해 보였다. 라이스 장관은 특히 한국내 PSI 논란을 의식한 듯 ‘오해가 있다’는 전제를 유독 여러차례 언급했다.

그는 우선 “(북한) 화물 검색에 대한 이야기가 과장되게 보도되고 있다”면서 PSI에 대해 “해상봉쇄가 목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각 국이 보유하고 있는 권한을 사용해서 대량살상무기와 관련 물질을 검색하는데, 임의로 수색하는 것이 아니고 국제법과 국내법, 그리고 정보에 의해 한다”고 구체적인 설명을 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지난 2년간 이것이 무력충돌로 연결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라이스 장관의 언급에 대해 일부 정부 당국자들은 동의를 표시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PSI 하면 곧바로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을 물리력을 동원해 정선시키고 검색하고 의심물질을 압수하고 처벌하는’ 장면을 연상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자칫 북한의 반발로 인해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면 남북대결 상황에서 엄청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오해’가 퍼져있다는 설명이다.

한 당국자는 “PSI는 일반적인 국제기구나 조약과 성격이 달라서 그 의미가 정형화돼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따라서 매우 다양하면서도 융통성있는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공해상에서 마구잡이로 선박에 대한 검문.검색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법과 국내법의 적절한 허용범위내에서 자발적으로 단속조치를 할 수 있으며 특히 타국 선박의 경우 검색을 하려면 자국 영해에서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미국이 아무리 강력하게 단속을 요구한다고 해도 국제법의 근거를 넘어서는 행동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17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PSI 참여의 자발성을 강조하면서 “왜 그것이 한국에서 이슈가 되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럼즈펠드 국방장관 역시 21일 SCM 때 “북한 핵프로그램을 고려할 때 PSI의 중요성은 더 부각되고 핵확산 방지가 중요하다”며 “한국은 대단히 중요한 국가로 PSI에 동참하기를 희망한다고 (SCM에서 한국측에)요청했다”고 소개했다.

PSI 참여확대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대체로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한미간 협의에 따라 정해진 8개 PSI 항목 가운데 차단 훈련 참관 및 브리핑 청취 등 5개항에만 참여해왔으나 정식참여와 역외.역내 차단훈련시 물적 지원 등 3개항은 남북간 특수성 등을 감안해 보류해왔다.

유엔 결의안도 통과된 마당에 한국의 참여가 상징적으로도 그토록 중요하다면, 그리고 북한과의 무력충돌을 피할 수있는 방안이 있다고 미국이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적극론자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집권당의 의장이 나서서 “안이한 공직자는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경고를 보내는 상황에서 국민들도 PSI로 인한 긴장고조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거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한국이 PSI 8개 단계에서 5개 단계까지의 옵서버 참여 방침을 발표했을 때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따라서 한국이 전면적인 참여로 나설 경우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 지 걱정하는 것은 이해할 만한 하다.

특히 북한은 2002년 12월 스페인 군함이 공해상에서 예멘으로 향하던 북한의 서산호가 차단당한 사건 이후 PSI 추진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PSI는 사실 상징적인 의미가 강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면서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핵실험을 한 북한을 응징하는 국제사회의 공조라는 두가지 사안을 모두 충족시키는 지혜찾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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