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ARF서 ‘억류자문제’ 거론할까

정부가 23일 태국 푸껫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북한에 장기 억류 중인 현대아산 직원 유모 씨 문제를 거론할지 주목된다.

정부는 일단 다자간 공식 회의 석상에서는 남북간 문제인 유 씨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이를 ARF 의장성명을 비롯한 기본문서에 반영하려 시도하지도 않는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소식통은 21일 “북한이 유 씨를 하루빨리 석방해야 한다는 기본입장은 변함없지만 이 문제를 다자간 외교장관회의에서 거론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이 문제를 의장성명을 비롯한 기본문서에 반영한다거나 그런 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방침은 결정됐다”고 말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지난 20일 출국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ARF에서) 유 씨 문제를 제기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번에는 핵문제에 포커스가 집중될 것”이라며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작음을 짐작게 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남북간 해결해야 할 문제를 다자간의 공개적인 자리에서 언급하는 게 바람직한지에 대한 성찰과 ‘금강산 피격사건’ 및 ‘10.4 남북정상선언’과 관련된 문구가 의장성명에 포함됐다가 삭제된 지난해 ARF 해프닝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문제가 국제적으로 보편적 가치인 인권에 관한 문제라는 점에서 ARF를 계기로 한 미국, 일본 등과의 양자회담에서는 충분히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부 당국자들도 ARF와 같은 다자외교무대에서 유 씨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면서도 이 문제를 미국, 일본 등과 양자회담에서 거론하는 것은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유 씨 문제는 보편적 인권의 문제로 양자회담에서 얼마든지 거론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다자간 공식 회의에서도 유 장관이 유 씨 문제를 거론할 수밖에 없는 특정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미국이 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북한에 억류 중인 자국 여기자 문제를 제기할 경우 한국 정부로서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또 북한이 스스로 이 문제를 거론할 경우에도 이에 대해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ARF에서 북한이 금강산 피격사건을 스스로 언급하지 않았던 점으로 미뤄 볼 때 이런 상황이 실현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외교 당국자는 “유 씨 문제와 관련해서는 다자회의의 공식문서에 반영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방침만 정해졌다”며 “유 장관이 현지 상황에 따라 이 문제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