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6.15축전 北요구 조건부 수용 배경

정부는 오는 14∼17일 평양에서 열리는 6.15 민족통일대축전 행사에 참여할 남측 정부ㆍ민간 대표단 규모를 축소해 달라는 북측의 요구를 조건부로 수용했다.

북측은 지난 1일 미국이 최근 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체제를 압박ㆍ비난하고 ▲(북의) 정치체제까지 모독ㆍ중상하며 ▲남측에 스텔스 전폭기를 투입하는 등 축전 개최와 관련한 새로운 난관이 조성되고 있다면서 민간 대표단 규모를 615명에서 190명으로, 정부 대표단을 70명에서 30명으로 각각 축소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3일 북측에 보낸 전화통지문을 통해 “민간 부문의 합의사항이 이행되지 않고서는 통일대축전 행사가 제대로 개최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우리측은 민간이 참가한 가운데 이번 행사가 의미있게 진행되는 것이 긴요하다는 입장에서 (우리측 입장에서) 당국대표단 규모 문제는 중요치 않다”고 밝혔다.

북측이 남.북.해외 공동준비위원회(민간)의 합의사항을 존중할 경우, 정부 대표단의 규모 문제에는 양보할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일단 6.15 대축전이 북한 주관으로 평양에서, 그리고 민간 주도로 추진돼왔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한 것으로 행사 참여 자체가 무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인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이 비록 지난 달 16∼19일 차관급 회담을 통해 이번 행사에 당국 대표단을 파견키로 합의했지만 이번 행사 자체가 애초 민간 주도로 이뤄져왔음을 감안, 정부 입장을 너무 강력히 개진함으로써 자칫 전체 판까지 깰 수도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단절된 지 10개월여만인 지난 달 16∼19일 열린 남북 당국간(차관급) 회담의 의미가 퇴색하는 것은 물론, 오는 21∼24일로 예정된 제15차 남북 장관급 회담의 전망도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측면은 물론, 북핵 문제를 놓고 모든 6자회담 관련국들이 긴밀한 외교접촉과 치밀한 계산을 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남북 장관급 회담이 파행을 겪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가 이날 “민간이 추가협의를 거쳐 행사가 성사되는 쪽으로 가면 정부는 따라갈 것이다. 정부 대표단의 규모에는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도 정부가 판을 깨지 않고자 숙고를 거듭했음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북측의 요청 자체가 민간.당국 대표단의 파견 거부가 아니라 대표단 규모 축소였다는 점도 이번 정부 결정의 배경이 됐음은 물론이다.

결국 정부는 이날 전통문을 통해 북측에 민간 사이의 합의사항을 준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함으로써 민간측 대표단의 입지를 강화시켜준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따라서 이제 공은 민간 대표쪽으로 넘어간 듯한 인상이다.

6ㆍ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ㆍ북ㆍ해외공동행사 남측준비위원회는 오는 4일부터 7일까지 평양을 방문하며 특히 이 자리에서 남측준비위 백낙청 상임대표는 북측준비위 안경호 위원장을 직접 만나 통일대축전 규모 문제 등을 논의한다.

남측준비위는 앞서 2일 이번 방북을 통해 “남ㆍ북ㆍ해외준비위원회 간에 수차례 합의해 온 민족 통일대축전을 원안대로 진행한다는 기본 입장을 갖고 북측과 의견을 교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민간 대표단이 이번 방북을 통해 어떤 결정을 내리게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으며 선택방안은 ▲북측 요청 전폭 수용 ▲적당한 선에서 타협 ▲북측 요청 전면 거부 등 세가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핵심은 민간의 판단에 달린 것이며 숫자는 민간이 판단할 몫으로 숫자에 관계 없이 성사되는 게 중요하다”면서 “민간이 안되면 정부도 안간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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