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6.15ㆍ10.4선언 수용하나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의 합의문인 6.15 공동선언과 10.4선언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평통) 지역회의 개회사를 통해 “남북은 남북기본합의서, 한반도비핵화선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등 그간의 모든 남북간 합의의 정신을 존중하면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하중 통일장관이 지난 10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밝힌 내용을 확인한 이 발언은 두 선언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전향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6.15, 10.4 선언 이행과 관련한 현 정부의 최초 입장은 3월26일 통일부의 청와대 업무보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나왔다.

당시 이 대통령은 “남북기본합의서가 91년 체결돼 92년부터 효력이 발생했고 북한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면서 “그 이후 남북정상이 새로 합의한 합의문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6.15, 10.4선언을 직접 거명하지 않은 채 남북 기본합의서를 강조했던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명한 6.15, 10.4선언을 절대시하는 북한은 그 다음 날 즉각 개성 소재 남북경협사무소의 남측 당국자 11명을 추방한 것을 시작으로 우리 대북정책에 대한 반감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북측이 두 선언을 이행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명시적 입장 표명을 대화 재개의 전제로 삼고 나서면서 정부는 4월29일 이에 대한 정리된 입장을 내놨다.

김하중 통일장관은 그날 국회 상임위 발언을 통해 “과거 남북간 합의중에는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6.15선언, 10.4선언도 있는데 이행되지 못한 것도 많다”면서 “우리로서는 앞으로 현실을 바탕으로 해서 상호 존중의 정신 아래 남북간 협의를 통해 실천가능한 이행방안을 검토해 나가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선언을 존중한다거나 계승하겠다는 입장 표명 없이 모든 합의를 한데 놓고 이행방안을 논의하자는 것이었다.

이어 두달여가 지난 7월11일, 이 대통령은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당일 북측 초병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사실을 보고받았음에도 국회 시정연설에서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비핵화 공동선언, 6.15, 10.4선언을 어떻게 이행해 나갈 것인지에 관해 북측과 진지하게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박왕자씨 피살사건에 대한 정부의 요구를 거부한 채 대화 재개에 호응하지 않자 정부는 이달 들어 두 선언을 포함한 모든 남북간 기존합의의 정신을 존중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북한이 우리 정부가 두 선언을 부정하고 있다는 인식을 떨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존중’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의 입장 변화가 결국은 남북 대화 재개를 위한 ‘손 내밀기’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전면 이행에 14조~수십조가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는 10.4 선언은 핵문제 해결 속도에 맞춰 선별적으로 이행할 수 밖에 없으며 그 마저도 남북 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확고해 보인다.

다만 북한이 초지일관 두 선언에 대한 이행의지를 분명히 할 것을 대화 재개의 전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두 선언에 대한 표현방식을 긍정적인 톤으로 바꿔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6.15, 10.4 선언 관련 논의는 실질보다는 명분 싸움의 성격이 강해 공허하다”며 “북한이 현실화가 불투명한 ‘전면이행’ 약속을 받으려하기 보다는 정권 교체에 따른 정부의 입장 변화를 현실로 인식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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