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힐러리 코드’.외교라인 분석 주력

“변화의 기치를 치켜들 ‘오바마-힐러리’ 코드를 제대로 읽어야한다.”

정부 당국자들은 내년 1월 출범하는 미국 오바마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을 이끌 주역들이 발표됨에 따라 향후 미국 외교정책의 변화 가능성과 북미관계 등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데 주력했다.

특히 국무장관에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국방장관에 로버트 게이츠 현 장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제임스 존스 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령관이 내정되자 이들 간의 역학구도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당국자들은 일단 이들이 그동안 보여준 언행과 철학을 분석해볼 때 일방주의 보다는 오바마 차기 대통령이 지향하는 다자적 협력을 중시하는 외교안보 정책으로 흐름이 변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역시 ‘파워 국무장관’으로 부상할 힐러리 내정자가 포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힐러리 내정자는 국무부 인사권을 보장받고 국무장관직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힐러리 카리스마’가 향후 미 정부 외교정책에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그녀는 남편인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핵문제와 관련된 북한과 미국간 직접 협상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북미관계가 급진전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외교소식통은 2일 “민주당 대선 후보결정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과 경쟁해온 힐러리는 역대 어느 국무장관보다 파워가 강할 것”이라면서 “힐러리가 추구하는 외교정책의 지향을 정확히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특히 “클린턴 행정부 마지막 해인 2000년 가을 북한과 미국이 과감한 거래를 통해 관계급진전 과정을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에 힐러리 내정자가 그때의 상황을 재연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럴 경우 북핵 문제는 물론 한반도 정세도 크게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힐러리 내정자가 대북관 등에 있어 오바마 당선인과 다소 차이를 보여온 점은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그녀는 압박보다는 대화를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북미 직접협상을 가급적 회피한 부시 행정부를 비난해왔다는 점에서는 오바마 당선인과 비슷하지만 세부사항에 있어서는 오바마보다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오바마 당선인이 경선과정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전제조건없이 직접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자 힐러리 의원이 “천진난만한 생각”이라고 비난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힐러리 내정자는 당시 “외교현안을 풀기위해 대화노력을 하겠지만 김정일 위원장과 직접 회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녀는 또 북한의 2006년 핵실험에 대한 유엔 제재가 미흡했다며 보다 강경한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힐러리 내정자와 오바마 차기 대통령이 한 목소리로 미국의 외교정책, 특히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정책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물론 한사람은 대통령으로, 그리고 다른 사람은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장관으로 운명이 갈렸지만 자칫 강한 개성이 충돌할 경우 외교정책에서 한 목소리 내기가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변화를 내세운 오바마의 목표가 보다 중도 지향적인 힐러리의 저항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파워가 막강한 국무장관이라 하더라도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능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호흡 불일치는 기우에 그칠 것이라고 당국자들은 강조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외교분야에 조예가 깊은 바이든 차기 부통령이 오바마와 힐러리 사이에서 적절한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할 것으로 당국자들은 보고 있다.

한 당국자는 “개성이 강한 국무장관이 등장했지만 미국의 변화를 선도하는 것은 젊은 대통령인 오바마가 될 것”이라면서 “여기에 노련한 바이든 부통령이 등장하면 오바마 정부내 외교안보라인의 호흡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힐러리 의원이 국무장관으로 기용되더라도 한미관계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소식통은 “힐러리 의원도 경선과정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서 “한미관계는 누가 국무장관으로 기용되느냐에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공고하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