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포퓰리즘 대북정책, 결과 심각하다

▲ 동포간담회에 참여한 노 대통령 <사진:연합>

<프런티어 타임스>와 <21세기 리서치>가 8, 9일 이틀에 걸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통일 한국의 국력신장에 바람직하다’ 의견이 44.1%로 나왔다.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은 41.2%다. ‘북한 핵무기는 방어용’이라는 의견은 43.8%에 달했다.

북한 핵에 대한 위기의식을 알아 볼 수 있는 질문에서도 ‘북한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30.8%로 가장 높았다. 북한이 핵무기를 한국에 사용할 것이라는 응답은 26.0%였다. 전체 국민 4명 중 한 명만이 북한 핵에 직접적 위기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의 평화를 가장 위협하는 국가는 미국이라는 답변이 29.5%, 일본이 29.2%, 북한은 18.4%로 나왔다.

한마디로 충격적인 조사 결과다. 이번 조사결과는 오차범위나 따지는 여론 동향 조사가 아니라, 의식조사라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오도된 북핵 시각, 참여정부 책임 크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LA에서 “솔직히 말하겠다”며 “핵이 외부 위협의 억제수단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개혁 개방으로 나가고 있으며 핵은 반드시 포기할 것이다”고 확신했다. 그로부터 3개월 뒤, 북한 외무성 핵 보유 성명이 나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독일 방문길에서 “북한에 얼굴 붉힐 때는 붉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쪽(북한)에 너무 끌려가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준비된 원고 없이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북한에 대한 불만과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북한을 그렇게 두둔해줬는데 뒤통수를 얻어맞았으니 얼마나 서운했겠는가.

그러나 노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서운한 감정을 털어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북한은 핵을 가지고 ‘큰 게임’을 벌이려고 한다. 한국은 안중에도 없다. 핵 보유국으로 가든지, 아니면 북한이 만족하는 대가를 원하고 있다.

북한은 전략적으로 그 대가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러한 북한의 의도를 전혀 살피지 못했다. 미국이 양보하고 북한 분위기 좀 맞춰주면 일이 해결될 줄 알았다.

노 대통령은 이제 자신을 향해 비판의 칼을 대야 한다. 북한이 왜 핵을 개발하려고 하는지, 과연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는지, 북한의 선전 및 협상 전략이 무엇인지도 파악하지 못한 채 동맹국 안방에 가서 김정일을 옹호했던 자신에게 화를 내야 사리에 맞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참여정부는 반성의 기미조차 없다. 오로지 김정일을 ‘자극’할까봐 눈치만 보아온 자신들에게 들이대는 비판은 없다. 그러나 정부가 보여준 대북 정책의 위험성이 국민들의 의식까지 파고들어 국가를 위기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음을 이 여론조사가 보여주고 있다.

젊은층일수록 잘못된 대미 인식 높아

▲ 반미집회 현장

미국이 한반도 평화를 가장 위협하는 국가라는 인식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러한 인식은 나이가 젊고 고학력일수록 더욱 뚜렷해진다. 여론조사를 실시한 <21세기 리서치> 안병도 대표는 “반미의식이 자생적이고 우발적 계기에 의해 나타난 것이라기보다는 1990년대 이후 나타난 교육환경 변화의 결과로 추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전쟁을 통해 부시를 ‘전쟁광’으로 인식한 젊은 세대들은 미국이 호시탐탐 북한을 침공할 기회를 엿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김정일은 미국 제국주의 정책의 피해자가 되는 셈이다. 이러한 인식을 부추기는 세력은 누구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세력이 매우 광범위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먼저 교육 현장에는 북한 현대사를 옹호하는 역사 교과서와 미국을 제국주의로 가르치는 전교조가 있다. 친북(親北) 반미(反美)의 교두보가 되어버린 대학 캠퍼스, 젊은 세대의 감각으로 무장한 인터넷 언론의 광범위한 이념전이 젊은 세대를 유혹한다.

뒤바뀐 세상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방송과 언론들, 민족과 평화를 내세우며 김정일 독재정권을 옹호하는 시민단체들도 여기에 동참하고 있다. 그 정점에는 누가 있는가. 낡은 이념세력들의 뒤를 봐주면서 ‘자주’를 외치고 있는 현 집권세력들이 그들이다.

북한 핵 옹호하면서 반미 주장은 자가당착

미국은 우리의 안보와 경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반드시 함께 해야 할 동맹이다. 동북아 균형자도, 독도 수호도, 우리의 소원 ‘통일’도 미국의 지원이 필요하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콜 수상이 미국과 관계를 굳건히 유지하려고 했던 것은 이러한 냉철한 현실감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민족을 볼모로 삼고 핵을 개발해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려는 세력이 민족이라는 이름만으로 하룻밤에 아군이 될 수는 없다.

▲ 반미집회 현장의 그림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북핵이 국력신장에 도움이 된다고 반응한 응답자일수록 미국을 위협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 북한 핵에 대한 친북반미의 전형적인 접근법이다.

그러나 이것은 말 그대로 자가당착(自家撞着)의 전형이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우리는 핵을 개발하든지, 미국 핵우산 속으로 들어가든지 선택을 해야 한다.

상품 교역량이 세계 10위 권에 있는 우리 입장에서 핵을 개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국의 핵우산과 대량살상무기 방어체계 속으로 더욱 깊숙이 편입되어야 한다. 북핵을 인정하면 우리는 더욱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이 허황된 ‘자주’를 외치니까 젊은이들이 너도나도 북핵을 자주의 상징으로 여기고 미국을 향해 삿대질을 하게 되는 것이다. 대통령이 나서서 북한 핵은 방어용이며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으니 국민들이 북한 핵 전략의 본질을 알 턱이 없다.

북한 분위기를 맞추는 것은 좋다. 그렇다고 북한의 선전전략에 국민들이 말려들도록 방조하거나 오히려 부추기는 행위가 용납 될 것인가.

튼튼한 한미동맹이 한국의 주도적 역할 보장

정부는 평화번영정책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핵이 가지는 위험성과 한-미-일 공조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또한 북한 핵문제 해결에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두고 남북관계를 조절해가야 한다.

적(敵)과 아(我)를 구분하지 못하는 국민에게는 어떠한 미래도 보장되지 않는다. 친북 반미로는 한치 앞도 밝힐 수 없다. 튼튼한 한미동맹을 통해 핵문제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적 권리를 회복하는 길이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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