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평화체제 전략수립 본격화하나

북핵 2.13 합의 이행이 가시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일찌감치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비한 전략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8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향후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 지난 5월초 청와대 안보실 주도로 한국국방연구원(KIDA)과 외교안보연구원, 통일연구원 등 정부 외교안보분야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비공개 모임이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KIDA 등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비한 연구는 꾸준히 진행해 왔지만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모여 머리를 맞댔다는 점에서 적잖은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날 모임에서 KIDA 관계자들이 ‘한반도 안보상황 진전 대비 군사분야 추진전략’ 보고서를 통해 4단계 평화체제 추진 전략을 제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준비단계(2.13 합의~종전선언 직전)→진입단계(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 전)→전환단계(북한 핵폐기 완료 및 평화협정을 체결.이행)→평화정착단계(남북연합 추진 이후) 등 총 4단계로 이뤄진 추진전략에는 세부적이면서도 포괄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추진방안이 담겨 있다.

4단계 추진전략은 북핵 6자회담의 성과물인 9.19 공동성명에서 명시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와 긴밀히 연계돼 있다.

먼저 준비단계에 남북대화를 위한 남북평화포럼과 다자간 협의를 위한 한반도평화포럼 창설, 6자 국방장관 회담, 남북간 상설 군사문제협의기구 설치 등이 내용에 포함됐다.

이 단계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다는 방안도 제시됐다.

특히 평화체제 논의과정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미국에 앞서 우리나라가 8.15 등을 통해 종전선언을 먼저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하노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종전선언과 평화조약을 체결할 용의가 있다며 적극성을 보였다.

진입단계에서는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를 관리할 종전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기존 정전체제 유지 기능을 맡아온 유엔군사령부를 국제 평화유지감시기구로 전환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유엔사는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종전선언 이행을 감시하기 위한 국제적 감시기구로 기능을 전환해야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그러나 정전체제 종결과 함께 유엔사의 완전한 해체를 주장해왔다.

전환단계에서는 종전관리위원회를 한반도평화관리위원회로 확대하고 유엔사를 해체해 국제평화보장기구로 전환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평화정착단계에서는 남북 간 본격적인 군비감축과 군사협력체제 구축을 통한 한반도 공동방위 전력 확보, 남북연합군사령부 창설 등 장기적인 방안이 포함됐다.

이 보고서에 대해 KIDA 관계자는 “2.13 합의를 통해 미국은 북핵문제의 해결구도를 한반도 평화체제 틀 속에서 해결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며 “그런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연구를 시작했고 비공개 모임에서 이를 발표한 것일 뿐, 보고서가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모임의 형식과 성격 등을 감안하면 정부가 북핵 2.13합의 이행에 따른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 대비해 본격적인 전략마련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KIDA 관계자 역시 “평화체제 논의과정에서 우리가 한쪽 당사자인 만큼 주도권을 미국이나 북한에 넘겨줄게 아니라 종전선언을 주도적으로 함으로써 우리가 주도권을 잡아나가야 한다”고 말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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