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일고문회의’ 대폭 물갈이 예고

정부가 통일문제와 관련한 대통령 자문기구인 ‘통일고문회의’를 새롭게 구성하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좌파인사나 ‘햇볕정책’ 지지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하고 있어 주목된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9일 “정부는 지난 해 11월말로 2년 6개월인 전임 고문 30명의 임기가 종료됨에 따라 고문회의를 새롭게 구성하고 있다”며 “임기가 종료된 고문들에게 임기 종료 사실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직전 통일고문단에는 의장을 지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최병모 변호사 등 좌파진영 원로들과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활동한 임동원·정세현·박재규 전 통일장관 등 ‘햇볕정책’ 지지자들이 대거 포함돼 있었으나 이들 중 상당수는 재위촉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백 교수는 지난 8일 시민단체 연대회의에서 “이명박 정부의 역주행으로 20~30년 동안 쌓아온 민주주의 기반과 성과가 붕괴되고 있다”고도 말하는 등 그동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왔다. 특히 북한이 주장하는 6·15공동선언 및 10·4선언 이행 촉구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은바 있다.

대신 새롭게 위촉될 통일고문으로는 유세희 한양대 명예교수,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이홍구 전 총리, 이경숙 전 숙명여대 총장, 김학준 동아일보 회장 등이 통일부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남북관계 전환을 거듭 밝히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것으로 읽혀진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1일 통일부 등의 신년 업무보고에 앞서 “장기적 관점에서 대북문제를 풀어갈 것”이라며 “남북관계를 어설프게 시작해 돌이키기 힘들게 만드는 것보다는 어렵지만 제대로 시작해 튼튼한 남북관계를 쌓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는 집권 2년째인 올해 북한의 대남정책의 불변과 ‘햇볕정책’의 후과를 직시해 남북관계의 전환을 분명한 목표로 설정했다. 따라서 ‘통일고문회의’ 내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드러내놓고 반대했던 인사들의 물갈이는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통일부장관·통일교육원장 등 인선과정에서 좌파진영의 공세에 부딪쳐 인선이 좌절됐던 점을 상기할 때, 대북정책의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고도 뜻대로 정책을 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던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대북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를 빌려 이명박 정부가 보다 확실한 통일부의 ‘인적쇄신’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정부의 정책이 바뀌었으면 그것을 추진할 구성원의 변화도 당연한 것”이라며 “그동안 좌파 눈치보기에 급급해 변화와 혁신을 주저했는데 이제라도 정부가 (인적쇄신에)속도를 내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일고문회의는 1970년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통일고문회의 규정에 따라 그 해 4월 출범한 자문기구로, 멤버들은 통일부 장관이 학식과 덕망이 있는 사회 각계 대표자중에서 제청하면 대통령이 위촉하게 된다.

통일고문회의는 참여정부 임기 종료를 얼마 남기지 않은 작년 1월10일 개최된 이후 약 1년간 소집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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