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천안함 문턱 넘어갈까? 돌아갈까?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중국의 3단계 대화 프로세스(남북대화→미북대화→6자회담) 제의 이후 남북간 비핵화 회담 성사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그러나 비핵화 의제와 천안함·연평도 사건 등 남북간 현안의 분리 여부를 둘러싸고 진통이 예상된다.


최근의 대화 흐름은 지난 11일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한반도문제특별대표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간 회담에서 6자회담의 단계적 재개 방안이 제시되면서 촉발됐다. 북한이 6자회담에 앞서 남북대화를 열자는 제의에 동의하며 관련국들과의 접촉도 활발해졌다.


한미도 우선은 이같은 단계적 재개 방안에 긍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6일 회담에서 “남북대화가 우선”이란 입장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금주 중 위성락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 앞으로 회담제의 전통문을 보내 올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남북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우리 정부가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천안함·연평도 사과 문제가 이번 회담에 어떻게 반영될지 관심사다. 도발행위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먼저 이뤄져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아직까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18일 한 토론회에서 “6자회담 전 남북대화가 먼저 있어야 한다는 것은 6자회담 관련국들이 하나같이 동의하고 있는 점”이라면서도 “남북간 의미있는 대화가 되려면 북이 비핵화(논의)와 지난해 도발행위에 대해 진지한 자세로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 6자회담 등이 반복되면 남북관계에 진전이 없다는 정부 입장은 확고하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태도변화”라고 말했다.


이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 문제를 매듭짓지 않은 상태에서 남북간 비핵화 회담이 열려도 의미있는 논의가 이뤄지기는 힘들며, 6자회담의 단계적 재개 계획도 진전을 이루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관계자는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북한의 사과 없이는 다른 문제도 풀리기 어렵다”며 “6자회담은 북핵문제를 논의하는 장이고, 남북회담과 주체가 분리돼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천안함 등에 대한 사과없이 핵문제만 논의하기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해 6자회담 관련국간 사전 교감이 어느 정도 이뤄졌던 만큼 남북간 회담 의제가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을 비롯한 포괄적인 핵문제에 한정될 가능성도 크다. 전문가들도 우선은 남북간 대화의 모멘텀을 살린다는 측면에서 정부가 이를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최근 남북대화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 것과 관련 “한반도 정세 안정과 더불어 남북관계를 실질적으로 풀어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비핵화 남북회담에서 일정한 진전를 만든다면 남북관계 개선 동력도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종철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정부가 천안함 사과와 비핵화 문제를 동시 조건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니라도 볼 수 있다”며 “비핵화 회담을 통해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꺼낼 수 있고, 또 비핵화 회담을 통해 남북회담 의제를 생산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해석했다.


박 연구위원은 “미중 등 국제사회가 북한과 대화재개 움직임을 키워 나가고 있다. 비핵화 진정성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지만 북한 역시 조건없는 6자회담 재개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조건에서 정부 역시 대화 테이블에 앉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화 국면이 조성된다 하더라도 남북대화의 진전을 위해서는 결국 천안함 사과 문제가 불거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회담 자체가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교수는 “남북 쌍방의 체면을 손상하지 않는 선에서의 접점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는 정치적 타결이 필요한 사안으로 실무회담에서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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