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금 와서 국민상대 ‘의제 구걸’이라니?

▲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하는 장면 <청와대 사진>

이번주 초부터 통일부는 외부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 28일로 예정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의제에 대해 이른바 전문가 자문을 구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무엇을 중요시 하면 좋겠느냐는 것이다.

정부가 여론조사 기관을 동원하여 ‘의제 공모’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는 실제로 정상회담 의제가 정해지지 않았으니 전문가를 비롯한 국민의 의견을 물어보겠다는 뜻이 있을 것이다. 두번째는 국민들 상대로 여론 수렴(?)을 했으니 일정하게 ‘국민의 총의’가 모인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상회담을 불과 열흘 남짓 남겨놓고 국민들 상대로 의제를 공모하는 것이 그 수준의 얄팍함을 넘어 무능한 3류정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쓴웃음이 나올 뿐이다.

17일에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등이 남북정상회담의 의제를 공개 모집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다. 민화협이 이 정부의 관변단체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사실쯤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통일부가 나서서 여론조사를 하면서 이 단체에 요청했을 것이라는 사실쯤은 아무리 눈치 없는 사람이라 해도 뻔하게 보인다.

‘한반도평화를 위한 시민사회공동사이트’란 이름을 내건 이 사이트는 “국민들과 함께하는 남북정상회담을 만들기 위해 의제를 공개 공모한다”면서 “제안된 의제는 정상회담 전에 정부에 전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북정상회담에 국민들의 의견을 수용한다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회담까지 앞으로 얼마 남지도 않았다. 한반도의 운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열흘 남짓 모아진 국민들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까?

진정으로 국민의 뜻을 물으려면 적어도 6개월~1년 전에 시작해서 전문가들이 결과를 분석하고 제대로 해야 할 것이 아닌가?

또 정부가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하여 진심으로 국민의 뜻을 물어보려면 국민의 대의 기구인 국회를 통하면 된다. 17대 국회의원 전원의 총의를 물어볼 수도 있고, 통외통에서 의제를 총괄해서 정할 수도 있다.

그런 정통적인 방법은 도외시하고 급작스럽게 전화 여론조사 식으로 땜빵하려는 이 정부의 태도는 그저 단순한 무능함이 아니라 정말로 모자란 ‘바보들의 행진’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다. ‘아프리카 국가들도 이렇게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유도 하지 못하겠다. 왜? 아프리카 국가들도 이런 식으로 졸렬하게 국가의 운명을 정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심한 포퓰리즘의 전형을 정권 말기에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어떤 성과를 거두겠다는 것인지 뚜렷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왜 반드시 이 시점에서 정상회담을 해야 하는지도 설명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8·15 광복절 축사를 통해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며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관한 논의를 하겠다는 간단히 언급한 것뿐이다. 또 한반도 평화를 말하면서도 북핵문제는 빠질 듯한 분위기이다.

그러니까, 의제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정부가 마지막 치적사업으로 ‘이벤트성 정상회담’을 기획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저절로 나오는 것이다.

정부는 관변 시민단체까지 동원하여 국민들 상대로 ‘의제 구걸’할 생각을 걷어치우고 지금 당장 임시 국회라도 요청해서 국민의 대의를 물어라. 그것이 정도(正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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