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잇따른 북한군 귀순 원인과 파장 숙고해야

최근 북한 병사가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귀순이 잇따르고 있다. 6일 정오 경에 상관 2명을 총으로 살해하고 우리측으로 귀순한 17세 병사 외에도 두 명이 더 있다. 8월 17일에는 중서부전선에서 북한군 하전사 1명이 투항을 뜻하는 흰색 깃발을 들고 MDL을 넘었고, 이달 2일에는 동부전선 쪽에서 1명이 소초 폐쇄회로(CCTV)를 통해 발견됐다.


무엇보다 일련의 귀순 사건에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북한군 기강해이의 원인과 사후 파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다. 북한군 장병들의 누적된 불만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 확산 일로에 있다면 이는 북한체제 변화에 중대한 징후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번 일련의 사건으로 군 기강 문제가 제기되면 북한 당국이 군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도발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북한군 병사들의 급식 및 후생 복지 수준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일본 아시아프레스가 지난해 공개한 내부 영상 가운데 영양실조에 걸린 군인들이 인솔자의 감시 하에 집단적으로 이동하는 모습은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병영의 굶주림은 군대의 민간인 습격 및 약탈 행위로 확산돼왔다. 


비교적 근무 여건이 양호한 북중 국경경비대를 봐도 옥수수밥을 정량의 절반 정도 먹는다고 한다. 중국 친척방문을 나온 한 여성은 자식을 군대에 보낸 후 아들의 요청으로 해당 부대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인근 부대에 근무하는 여군들의 새카만 얼굴과 깊이 패인 볼, 생리도 하지 않는다는 말을 전해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급식 상황이 비교적 낫다는 전방 민경부대도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상관을 살해하고 귀순한 17세 병사가 근무했던 부대 출신자는 “판문점 근무가 정찰총국으로 넘어가면서 경의선 지역을 담당하는 2군단으로 보직을 옮겼는데 생활이 너무 열악했다. 땔감이 없어 겨울에 난방을 못하고 이가 끓는 거적을 덮고 자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확산된 남한에 대한 정보는 이들의 박탈감을 부추기고, 폐쇄된 조직에서 가해지는 부패와 폭력은 반발감을 극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MDL 근무자는 귀순 우려 때문에 출신성분이 좋고 사상 수준이 높은 인원을 배치한다. 평소에도 일반 부대와 달리 소대에까지 정치지도원을 배치해 병사들의 성격과 습관, 친밀도, 그 날의 기분 상태까지 파악해 근무 여부를 결정한다.


이런 다중의 귀순 방지책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이 MDL을 넘은 것은 열악한 처우와 기강해이, 이에 대한 반발심이 도를 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이 김정은의 약한 리더십과 결부돼 어떤 돌발 사태를 불러올 수 있을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탈북 사태에 병적인 거부감을 보였던 김정은이 자신의 충직한 전사로 여겼던 병사들의 귀순사태에 경악할 것이란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리영호 숙청 후 군 내부가 뒤숭숭한 가운데 나온 터라 김정은이 통제의 고삐를 쥘 가능성이 높다. 이 마저도 부족하다면 군 결속을 위한 대남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군은 이미 8월 17일 동부전선을 넘은 병사에게 철책뿐만 아니라 경계 병력까지 뚫여 정치권의 비판을 받고 있다. 경계의 소홀함에 대한 엄중한 반성이 말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이번 귀순 사건을 군사분계선 대응 태세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도발 대비 태세 점검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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