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잇단 대북 메시지 의미와 전망

`우리가 이렇게 변했으니 당신들도 변하시오.’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어느 정도 정비되면서 통일부와 고위 당국자들이 최근 북한에 잇달아 전하고 있는 메시지는 이 한마디로 정리될 수 있을 듯하다.

당국자들이 비핵.개방.3000으로 대표되는 새 정부의 달라진 대북정책에 북한도 호응해야만 남북관계가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함에 따라 북한이 이 같은 정부의 기대대로 움직일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핵해결 강조..`북에 끌려가지 않겠다’ 의지표명 = 김하중 통일장관은 19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과의 간담회에서 “북핵문제가 계속 타결되지 않고 문제가 남는다면 (개성공단 사업을) 확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성공단 사업이 잘되고 안 되고는 우리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북한 측에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 해결의 더딘 진전을 북한의 문제로 지적했다.

취임 후 첫 공식 대외활동에서 행한 김 장관의 이 발언은 우선 북핵문제 해결을 남북관계 진전과 강하게 연계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최근 제네바에서 열린 북.미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 북핵 신고 문제의 해법이 도출되지 못한 점과도 무관치 않은 발언이라는 시각도 있다. 남측과의 경협으로 북한이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북핵 문제에서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촉구의 메시지도 들어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김 장관이 군사적 보장 문제가 결부된 `3통’에 대해 협상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북한이 나서서 해결할 사안이라는 뜻을 피력한 대목은 정부가 더 이상 남북관계에서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정부가 북한에 적지않은 지원을 하면서도 외부에는 북한이 `갑’의 위치에 있는 것처럼 비쳐지면서 일부 여론의 지탄을 받았던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이 내포돼 있을 것이란 얘기다.

◇인도적 지원도 예전과 다를 것 = 미국을 방문중인 정부 고위 당국자는 현지시간 18일 기자 간담회에서 인도적 대북지원을 하되 참여정부와는 다른 접근방법을 취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당국자는 “언제 어떻게 어떤 식으로 어떤 조건 속에서 인도적 지원이 있을 수 있는 가에 대한 고민이 있을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쌀.비료 지원 방안에 언급, “참여정부 식으로 할 것이라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지난 10일 “인도적 지원도 규모가 크면 북핵 상황, 남북관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김하중 통일 장관의 발언과 맞물려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 기조를 짐작케 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적정 규모의 인도적 지원은 하되, 과거 제공 규모인 30만~40만t의 쌀 차관과 40만~50만t의 비료가 올해 조건 없이 순수히 인도적 차원에서 제공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즉 예년 수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문제에 전향적 태도를 보이고 남북간 대화에도 성의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 반응에 관심 = 정부 소식통들은 대체로 김 장관 등의 발언에 대해 북한을 향한 메시지의 성격이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다음달 9일 총선을 앞둔 정치적으로 민감한 상황 속에서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원론적인 선에서 천명한 것일 뿐 구체적 사안에서 유연성을 발휘할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지금 고위 당국자들이 하는 이야기들은 원론적 수준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면서 “총선과 한.미 정상회담 등 대통령 외교일정이 끝난 시점의 북핵 상황 등이 구체적인 대북 정책 수립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남한의 정치적 상황을 모르지 않을 북한 또한 남측 정부 당국자들의 최근 입장 표명에 섣불리 대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다소 우세하다.

한.미 정상회담을 거쳐 나올 한미공조의 방향, 작년 남북 정상이 합의한 사업들에 대한 남측 정부의 입장 등을 지켜본 후에야 침묵을 깨리라는 예상을 하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전문가들은 4월 중순 이후 북핵문제의 향배가 불투명한 만큼 정부가 북핵 문제 시나리오에 맞춰 정교하게 남북관계를 풀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 놓고 있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북핵 문제가 잘 풀려 북미관계가 갑자기 진전됐을 때 정부가 소외되지 않으려면 핵협상이 잘되는 것을 전제로 치밀한 대응책을 마련키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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