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산가족 상봉 어떻게 풀까

정부가 꽉막힌 남북관계 속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어떻게 풀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이산가족 문제는 통일부의 올해 12대 과제 중 하나로, 통일부는 지난 3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금강산면회소 개소를 계기로 상시상봉 체계를 구축하고 80세 이상 고령 이산가족 문제의 우선 해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작년 제9차 적십자회담 합의에 따라 올해 안에 하기로 한 500가족의 대면상봉과 160가족의 화상상봉, 120가족의 영상편지 교환 등 일정을 상반기 중 확정키로 했다.

그러나 상반기를 5일 남긴 25일 현재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한 남북간 협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현재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적십자회담을 개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선 우리가 회담을 제의하더라도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남측과의 당국간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북한은 우리와 달리 적십자 채널도 당국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북 비료지원과 암묵적으로 연계해왔던 터라 대북 지원 카드 없이 이산가족 상봉만 제안할 경우 돌아올 답은 뻔하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런 까닭에 주무부서인 통일부는 난처한 표정이 역력하다. 고령 이산가족이 연간 3천~4천명씩 사망하는 상황에서 이산가족들에게 ‘새로운 남북관계 정립을 위한 과도기이니 상봉행사 불발 쯤은 감수하라’고 할 수 만은 없기 때문이다.

또 상시상봉 인프라 조성 차원에서 사업비 600억원을 들여 건설중인 금강산 면회소(최대 1천명 수용)가 7월 중 완공되고 8월이면 정식 가동이 가능한 상황도 통일부 당국자들의 심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지난 23일 고령 이산가족들에게 보낸 위로 서한에서 “남북간 제반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적십자회담을 개최, 작년 적십자회담에서 합의한 대면 및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등 사업을 추진해 나가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모았다.

한 정부 소식통은 “향후 국회가 개원되고 이산가족 면회소 건설이 임박하면 정부로서도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키라는 여론의 목소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아직은 (적십자회담 추진과 관련) 적절한 방법이 있을지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우리가 이산가족 상봉 협의를 위한 적십자회담을 제의하고 북측이 그에 답하는 계기에 식량.비료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수순으로 이산상봉과 식량지원을 패키지로 푸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6.15, 10.4 선언에 대한 확실한 이행 약속이 있기 전에는 당국회담을 갖지 않으려는 북한을 인도적 지원.이산가족 상봉의 패키지 만으로 대화의 테이블에 끌어 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만만찮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남북관계가 큰 틀에서 풀려야 이산가족 상봉도 가능할 것”이라며 “상봉행사만 별도로 추진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또 한 정부 관계자는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정리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며 “북한 핵신고를 계기로 한 북핵 프로세스의 진전과 함께 남북관계에도 새로운 동력이 생길 경우 다른 현안과 함께 해법을 모색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00년 8.15를 계기로 첫 상봉행사가 열린 이래 작년까지 총 16차례 이산가족 대면 상봉 행사가 진행됐고 우리 측 총 3천378가족, 1만6천212명이 상봉을 했다. 2000년 이래 상봉행사가 열리지 않은 해는 없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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