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 씨 억류 정황 철저히 조사하라

북한에 일방적으로 억류됐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 씨가 136일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남북출입국사무소를 통해 귀향하는 유씨의 모습에 가족과 국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그의 무사 귀환을 애타게 기다렸을 노부모와 형제들에게 이 이상 다행한 소식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며칠 후에는 마을잔치도 연다고 한다.

그러나 유 씨의 형 성권 씨가 14일 밝힌 유 씨의 억류 원인을 보면서 다시 한번 이번 사건을 일으킨 북한의 진의가 무엇인지 궁금할 노릇이다.

성권 씨는 “북한에서 김정일 (위원장) 얘기를 하면 안 되는데, 김정일 얘기와 김정일 동생, 그리고 김정운 얘기를 했다고 한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한테 체제 비판하고 그랬다고 한다”고 억류 경위를 전했다.

그는 또 “동생은 개성공단에 있는 한 여관에서 다른 사람과의 접촉없이 136일간 혼자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이나 현대아산과 연락이 닿지 않아 북한이 시키는데로만 했다는 것이다. 북측은 3월 30일 유씨 죄목에 대한 통지문 하나 읽어주고 그를 억류했다.

유씨가 북측으로부터 통지 받은 혐의는 ‘북한에 대한 체제비판’이었다. 이후 유씨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알지 못했으며 석방되기 직전까지도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물론, 북한에서 김정일과 그 가족에 대한 발언은 외부사회가 상상 할 수 없을 만큼 금기시 되는 ‘성역’이다. 따라서 유 씨 발언의 파장력은 결코 소소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실수의 대가가 ‘136일간 억류’로 귀결되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 따져봐야 한다. 또한 유씨에 대한 장기 억류가 그의 발언에 대한 ‘징벌’ 의미만 있고 정치적 의미는 없었는지 의심스럽다.

북측이 유씨 실수에 불쾌감을 느꼈다면 유씨를 남쪽으로 추방하고, 현대아산과 우리정부에 재발방지를 촉구하면 될 일이다.

2004년 합의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에서는 남측 인원이 북측 법질서를 위반했을 경우 북측은 이를 조사하고 위반내용을 남측에 통보하며 경고나 범칙금 부과 또는 남측으로 추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국가지도자의 가계를 언급했다고 체포해 처벌하는 사법 판단도 우스운 일이지만 그 행위를 한국사람에게 동일하게적용하려고 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북측은 유씨를 체포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의 신병이 억류된 장소 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또 지난 6월 제2차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통해 유씨 가족이 전달하려 했던 편지와 가족사진조차 거부했다.

이는 자기발로 북한 국경을 넘어 ‘조선민족적대죄’를 저질렀던 미국 여기자들에 대한 처우와도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었다. 북한은 스웨덴 대사를 통해 여기자들의 신변 안전을 확인시켰으며, 미국에 있는 가족들과 국제전화도 허용했다.

유씨의 귀환 이후 여론은 ‘재발방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북측이 합의서를 지키지 않을 경우에 대한 우리의 대응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앞서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유씨와 같은 민간인의 행동을 ‘장기억류’와 같은 인권문제나 ‘대화단절’이라는 정치적 문제로 왜곡 확대하는 북한의 ‘습성’이다. 정부 및 현대아산과 같은 대북사업 주체들은 북한이 어째서 이러한 학습효과를 갖게 됐는지 냉정하게 반성해야 한다.

관계 당국은 유 씨 석방으로 모든 문제가 끝난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된다. 유씨의 잘못이 무엇이었는지, 억류과정에서 북측이 유씨를 어떻게 대우했는지, 그에게 적용된 혐의와 처리 방법에 대해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한다.

만약 유씨가 정말로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정부와 현대아산은 그 점에 대해 북측에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북측의 과잉 대응 부분에는 그에 따라 항의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그래야 민간인들의 문제를 남북관계 전략으로 악용하는 북한의 못된 버릇을 고쳐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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