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오바마 대북정책카드’에 촉각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을 책임지고 있는 당국자들이 최근 시시각각으로 전해져오는 워싱턴발(發) 소식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소식들 대부분은 내년 1월 취임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북핵 문제를 포함한 대북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내용이다.

공화당 부시 정권의 대북 정책의 흐름과는 근본적으로 맥락이 다른데다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도 크다는 점에서 당국자들은 정보의 취사선택에 신중을 기하면서도 이를 분석하고, 시나리오별 대응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고 한 소식통이 21일 전했다.

우선 굵직한 소식으로는 대선과정에서 오바마 당선인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미국진보센터(CAP)가 최근 발간한 `미국을 위한 변화:제44대 대통령을 위한 진보 청사진’이라는 657페이지 분량의 정책제안서에 포함된 ‘대북 특사’ 제안이다.

오바마 정권 출범 100일안에 북한에 대통령 특사를 파견,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 노력과 북미 양자간 직접대화가 여전히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전달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보고서는 “새 정부가 북한 당국에 북한과 미국간의 관계 발전과 개선이 새로운 미국 정부의 어젠다에서 매우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과 새 정부의 핵심적인 목표가 핵문제에서 진전을 이루는 것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북한은 북미 양 당국간 고위급 직접대화야말로 미국의 새 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방법임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쉽게 말해 오바마 정부가 들어설 경우 가장 중요한 외교적 과제로 북한(또는 북핵)문제를 상정하고 있으며 북한과 과감한 협상을 해야한다는 강력한 제안이 담긴 것이다.

벌써부터 2000년 가을 평양을 방문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나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등 클린턴 시절의 거물들의 이름이 대북 특사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18일 공개된 오바마 정권인수팀의 `오바마-바이든 플랜(The Obama-Biden Plan)’도 눈길을 끈다.

이 플랜도 “실질적 인센티브와 압력을 바탕으로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제거하기 위해 ‘터프하고 직접적인(tough, direct)’ 외교를 추진하겠다”고 돼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목을 “거침없고 직접적인 외교를 전개할 것”이라고 번역하기도 했는데 오바마 정부가 북한과 매우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점에서는 맥을 같이한다.

당국자들은 “언론에서 해석하는 내용과 정부에서 분석하는 내용이 꼭 같지는 않다”면서 “행간에 있는 내용까지 정밀하게 분석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와 한미 관계에 정통한 한 당국자는 “흔히 민주당 정부라고 하면 카터 전 대통령의 유화적 대북정책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오류”라면서 “민주당은 일반적으로 대북 협상의 방법에 있어서는 유연하지만 원칙을 지키는 데는 공화당보다 강경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1990년대 중반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폭격을 검토했던 것도 민주당인 클린턴 행정부였음을 잊지 말라는 얘기이다.

물론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흐름을 이용해 북미간 협상이 급진전될 가능성도 당국자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바마 당선인이 이미 대선 과정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직접 만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화려하고 과감한 외교이벤트’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성향을 감안할 때 북한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판을 깰 경우 ‘과감한 제재’가 시도되고 이로 인해 한반도 위기감이 고조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기색이다.

다만 오바마 정권이 출범할 경우 새로운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북핵 6자회담은 물론 북미 관계, 한반도 정세 등이 모두 새로운 변화의 기류에 휩쓸릴 수 있다고 당국자들은 보고 있다.

한 당국자는 “오바마 정부가 안착하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지만 북한의 전술구사에 따라서는 북핵 문제 등이 빠른 시일내 현안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올려놓고 정부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