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내’ 대북 식량지원 무산되나

세계식량기구(WFP)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조만간 북한의 올해 곡물 수확량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가 연내에 대북지원을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조사는 4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북한의 각 지역별 곡물 수확량과 향후 1년간 곡물 부족분 등을 실사한 것이다. 정부는 WFP가 조사 결과를 통보해오면 북한의 식량사정 등을 감안해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누차 밝혀왔다.

따라서 시기적으로 현재가 12월 초순임을 감안하면 국제기구의 이번 조사 발표는 올해 안에 정부 차원의 대북 식량지원이 이뤄질 것인지 가늠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직접 지원은 물론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도 없었던 1999년 이후 처음으로 정부 차원의 대북 식량지원이 ’0’를 기록하게 된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연내 대북 식량지원이 이뤄지도록 노력중”이라고 공언했지만 현재 기류는 다소 부정적이다.

북한의 ’12.1 조치’로 대북 여론이 긍정적이지 않은데다 대북 전단(삐라) 살포가 남북문제를 둘러싼 남남(南南)갈등에 불을 지핀 상황에서 식량지원이 또다른 갈등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남측의 어려운 경제사정도 대규모 대북 식량지원에 부담이 되고 있다.

실제로 김 장관은 지난 3일 국회 남북관계발전특위에서 식량지원과 관련, “더 많은 사람들은 줘서는 안된다고 하고 있다”며 “북한이 차단조치를 취하는 상황에서 식량을 주는 문제를 생각은 해야겠지만 신중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지금까지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은 정치적 상황에 관계없이 추진한다는 원칙을 거듭 밝혀온 만큼 빈국을 대상으로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다는 의견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인권은 인류보편적 가치로 다른 사안과 분리해 인권문제 그 자체로 다루어야 한다’는 입장에 따라 북한 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만큼 WFP가 추진하는 대북지원 프로그램에도 동참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다는 시각도 있다.

WFP와 FAO는 이번 조사에 대한 최종 분석을 거쳐 이르면 다음주 초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만약 정부가 신속히 지원 결정을 내리고 현금 공여 방식을 택할 경우 1-2주만에도 WFP측에 재원 송금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원 품목 결정과 수송 절차 등을 감안하면 식량이 연내 북에 전달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WFP를 통한 식량지원은 순수 인도적 견지에서 당연히 필요하고 정부 원칙상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며 “그러나 현 남북관계를 감안할 때 북이 이를 긍정적 메시지로 받아들이거나 지원 자체가 관계를 푸는 큰 계기로 작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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