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은 北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말라

북한이 영변 원자로 가동을 중단했다. 원자로 가동 중단이 핵폭탄 제조를 위한 플루토늄 추출로 이어질 가능성 때문에 한국 정부는 물론 국제사회가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자연히 지난 며칠간 온 국민은 정부와 여당이 마련할 입장과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20일 아침에 있었던 당정협의 결과는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을 우려와 실망으로 바꾸어 놓고 말았다.

위급한 상황에 정부 갈팡질팡

우선 정부와 여당은 깔끔하게 입장 조율조차 하지 못하고 하루 종일 갈팡질팡했다. 오전 9시 25분에는 김성곤 열린우리당 제2정책조정위원장이 “현 상황에선 안보리 회부 및 경제제재는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고, 당도 이에 동의했다”고 발표하더니, 한 시간 후인 10시 30분에는 통일부 당국자가 “정부가 반대에 동의한 적이 없다. 당정 간 차이가 있었다”고 발언했다.

곧이어 11시에 열린 반기문 외교장관의 정례브리핑에서는 ‘당정이 안보리 회부 등에 반대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누가 반대했다는 것인가. 정부의 입장은 6자회담을 조속 재개, 이 틀에서 해결하자는 것”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결국 오후 2시 35분경 김홍재 통일부 대변인이 “정부입장은 (북핵 제재를)논의하는 것이 아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정부와 여당이 중대한 시점에서 국민에게 허둥대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확고하고 또렷한 대책으로 국민의 불안감을 줄여야 할 정부와 여당이 오히려 국민의 불안을 키우고 말았다.

정부 여당, 상황판단 잘못되었다

다음, 정부와 여당이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 북핵정세는 한편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북한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조치를 잇달아 취함으로써 위험수위가 점점 높아가고 있는 위험한 교착국면에 빠져 있다.

북한의 핵보유 및 6자회담 무기한 불참선언 이후에 이어지고 있는 원자로 가동 중단이 플루토늄 추출로 이어질 경우 북핵정세는 더욱 위험하고 심각한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 94년 제1차 북핵위기 때 북한이 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플루토늄을 추출할 가능성이 생기자 한반도는 전쟁 일보직전까지 갔다.

북한의 행동을 기준으로 볼 때, 지금이 그 때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다. 미국이 북핵문제를 유엔안보리로 가져가겠다는 것은 이런 상황인식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정부와 여당이 준비해야 할 대응에는 북한이 가동중단된 원자로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행동을 막기 위한 방안과 입장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어야 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정부와 여당은 ‘북핵제재를 반대한다’며 북핵폐기에 가장 적극적인 의지를 가진 미국의 발목을 잡는 패착을 하고 말았다. 잘못된 상황판단이 엉뚱한 대응을 빚어냈고 엉뚱한 대응이 상황을 더 어렵게 몰아가고 있다.

정부, 북핵해결 입지 더 좁혀

더구나 정부 여당의 어설프고 엉뚱한 대응으로 한미 간의 틈새가 표면으로 드러났다. 북한이 이 틈을 놓칠 이유가 없다. 그동안 북한은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자임해 왔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이고 일방적인 ‘선언’으로 얻어낸 불완전한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만약 한미 간의 틈새가 만들어낸 공간을 이용해 공개적으로 핵을 개발해버리고, 국제사회가 단일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해 이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북한은 실질적인 핵보유국의 지위를 획득하는 방향으로 달려갈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지금이라도 입장을 바꿔야 한다. 북한이 플루토늄을 추출하거나 실질적인 핵보유국이 되는 것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그리고 북한에 대한 경제협력과 지원도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 전까지는 중단해야 한다. 중대한 상황에서 어정쩡하고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여지를 줄이는 결과를 낳는다.

물론 한 국가의 집권당과 정부가 공식적인 정책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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