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안보리스크’ 무시하고 공단 홍보만 열 올려

남북경제협력사업의 상징이자 최후 보루였던 개성공단의 잠정 폐쇄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획기적인 돌파구가 없는 한 폐쇄 수순으로 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 정부는 공단 재개를 위해서는 사태의 재발방지에 대한 확약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완제품 반출 불허 등 기존 입장에서 한 발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남북 당사자만 놓고 보면 공단 재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개성공단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지만 지금이 지난 10년 공단 사업을 뒤돌아 보는 좋은 기회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을 2단계, 3단계까지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잠정 중단된 현시점에서 공단 사업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사태의 원인제공은 북한이 했다. 하지만, 북한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고 북한과의 합의만 믿고 사업을 확장해왔다는 우리 정부 책임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정부가 개성공단을 남북화해·협력의 상징물로 인식하면서 기업들에 개성공단에 대한 ‘장밋빛 환상’을 심어준 것도 문제다. 개성공단은 남북화해 모드를 위한 상징적 시설이지만 북한의 일방적 조치 가능성 또한 상존해왔다.   


북한이 그동안 남북 또는 국제 합의를 위반, 파기해 온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에 대해 정경분리 원칙을 내세웠지만, 북한 역시 이 원칙에 입각해 개성공단을 운영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 자체가 나이브(naive)한 판단이란 지적이다. 북한의 선의(善意)에 기대 개성공단을 유지·발전시키려는 데만 집중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개발에 지장이 없도록 인원출입과 물자반입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는 개성공업지구법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수차례 통행 제한 조치를 취했다. 연례적인 한미연합훈련인 ‘키 리졸브’을 문제삼거나, 6·15선언 이행 등을 이유로 통행 시간대와 통행허용 인원을 축소하는 12·1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또 탈북책동과 체제비난을 했다는 이유로 현대아산 직원 유 모 씨를 변호·접견권을 허용하지 않은 채 장기간 억류했던 일도 있었다.


북한의 이런 일방적 조치에도 정부의 대응책은 무기력했다. 군사적 위협이란 안보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남북 간 합의를 지킬 수 있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07년 공단에 입주했다가 2008년 자진 철수한 김용구 스킨넷 대표는 데일리NK에 “당시 통일부에서 몇 차례에 걸쳐 기업활동하기에 괜찮으니 입주를 권유했다”면서 “문제가 발생해서 철수하면 남북경협기금과 보험에서 정부가 보상해 준다고 말했다. 당시에 우리 정부가 사지(死地)로 내몰겠느냐는 생각에 투자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리적으로나 언어도 같고 임금과 공장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호(好)조건이지만 통행제한이 이어지고, 현대아산 직원이 억류되는 사건을 보고 철수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남북문제 같은 정치적·군사안보적 문제는 회사 경영에 큰 문제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만 부풀렸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조영기 고려대 교수는 “처음 시작부터 정책 판단의 미스(miss)였다. 남북한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일방적 영향이 미치는 곳에 기업들이 들어가게 한 것은 행정적 오류”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우리는 개성공단을 정경분리 차원으로 입주를 했지만, 북한은 지금까지 이런 인식을 가지고 접근하지 않았다”면서 “북한은 (개성공단을) 합리적, 선의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일이 발생할 때마다) 북한의 선처만 기다리는 형태였다”고 지적했다.


개성공단 잠정 중단으로 남북경협보험 미가입 기업들의 경우 투자금 손실이 불가피해 보인다. 통일부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 123곳 가운데 96곳이 경협보험에 가입했고 나머지 27곳은 가입하지 않았다.


정부는 보험 미가입 기업과 보험을 통해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제도의 틀 내에서 유관 부처들과 협의해 피해보전 조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북한 리스크를 고려했다면 기업들에 경협보험 가입을 ‘의무화’ 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정부가 개성공단을 유지·발전시키려는 것에 대해서는 100% 동의한다”면서도 “여러 차례 북한의 일방적 조치가 있었던 만큼 사태를 대비해 보험 미가입 업체들에 ‘권유’가 아닌 ‘의무’사항으로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개성공단 안내 책자와 설명회를 통해 경협보험에 가입할 것을 권고했다”면서 “보험이 유사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강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의무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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