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쌀지원 긍정검토…G20회의·여론악화 고려?

정부가 북한의 쌀지원 요청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7일 ‘남북관계를 적절히 하겠다’고 발언한 것도 대북정책의 변화를 암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는 이번 ‘쌀지원 검토’는 ‘수해에 따른 인도적 지원’ 차원이라며 대북정책과의 연관성에는 선을 긋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8일 “대북 대응의 원칙이 깨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 “정부 차원의 대규모 식량지원을 검토한 바는 없다”며 수해지원 차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대북정책의)원칙은 지키고 있고 지켜나갈 것이다. 대북정책의 큰 기조가 변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당초 대북 쌀 지원 요구는 북한의 수해발생 전부터 제기돼왔다. 재고쌀 처리문제, 인도주의를 통한 경색국면의 남북관계 돌파구 마련 등을 이유로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 등이 꾸준히 제기했던 문제다. ‘천안함 폭침’ 이후 악화된 남북관계 전환을 위한 요구였다.


이에 대해 정부는 5.24대북조치가 가동 중인 상황에서 민간차원의 지원도 대북조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로 속도조절을 해왔고, 이번 북한의 수해피해 보도에 대해서도 2006년이나 2007년과 비교 ‘심각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었다.


이 같은 정부의 입장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시점은 북한 내 대규모 수해에 따른 여당 내 대북 쌀지원 필요성이 제기되면서부터다.


이와 함께 오는 11월 11~12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G20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루기 위해서는 ‘북한관리가 필요하다’는 우려 섞인 주장까지 정부 일각에서 제기됐고, 결정적으로 북한이 적십자사를 통해 4일 쌀 등을 요청하면서 쌀지원 문제가 급부상하게 됐다.


여기에 북한이 나포 한 달여 만에 ‘대승호’ 선원들을 송환 조치하면서 정부도 쌀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수해에 따른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라면 ‘수혜자’ 즉 북한이 원하는 물품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는 고위 당국자의 발언도 확인됐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변화는 G20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와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여론악화가 고려됐을 것이란 소식통의 전언이다. ‘잔치’를 앞두고 북한이 ‘재 뿌리기’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인도적 지원과 정치사안의 분리해야 한다’는 여론을 고려한 것이란 지적이다.


대북소식통은 “정부가 주력하고 있는 G20정상회의를 전후해 북한이 국지적 도발 등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경우, G20정상회의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여론도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을 정부가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전개를 고려할 때 북한의 수해와 관련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전달하겠다고 밝힌 100억 원 상당의 긴급구호품이 북한이 요구하는 쌀, 시멘트, 굴착기 등으로 대치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복구장비가 고가여서 지원규모가 소폭 늘어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대규모 쌀지원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평가다. 일단 정부도 천안함 폭침에 따른 대북제재 국면을 고려하고 있다. 실제 일각의 ‘천안함 출구전략 활용’ 주장도 일축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여론조사를 해보면 ‘대북 쌀지원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아직 시기상 이르다’는 답변이 가장 많다. 국민들의 뜻에 따라 적절히 하려 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쌀 지원은 수해에 따른 긴급구호 물자와 관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어, 고심일 수밖에 없다. 윤상현 한나라당 의원은 “북한이 가장 필요한 군수물자는 총알 포탄이 아니라 쌀”이라고 주장했고, 정부 역시 지원물자의 전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글로벌협력연구본부장은 8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북한의 이번 수해는 내년 식량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당장의 문제는 아니다”며 “북한이 수해를 핑계 삼아 부족한 식량을 도와달라는 각도에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수해 지원품을 쌀로 요구하는 것은 수해피해와 본질적으로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가 국내 쌀을 북한에 지원할 때 일반적으로 국제시세 기준으로 금액을 계산한다. 이를 감안할 때 태국산 쌀(1t당 약 53만6000원)을 기준으로 100억 원 상당의 양은 최대 1만8천t 수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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